▲최근 셀프 주유소엔 주유 중 엔진정지 문구마저 없는 곳도 많다.
'주유 중 엔진정지 의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주유 중 시동을 끄지 않으면 심지어 과태료도 최대 200만원까지 부과된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매년 지방의 각 소방본부가 '주유 중 엔진정지 의무'에 대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올해도 캠페인은 실패도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소방방재청은 2005년 개정한 '안전관리법'에 따라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차량은 모두 시동을 끄도록 의무화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횟수에 따라 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이 과태료는 시동을 끄지 않은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고 주유소에 부과가 되기 때문에 주유소에서는 어차피 단속도 잘 나오지 않은 것인데 굳이 고객과 마찰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주유 중 엔진정지'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유 중 엔진정지는 왜 해야 하는 것일까요?
- 주유 중 폭발 위험
-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에너지 발생
- 공회전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환경을 오염
- 혼유사고 예방에도 효과적
▲ 사진 출처 KBS 대전, 셀프 주유소에서 시동을 켜고 주유하던 중 화재가 났던 사고 장면
- 주유소 화재 발생의 약 40%가 정전기, 전기스파크가 원인
주유 중 엔진 정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차량에 흐르는 전류에 의해 발생한 정전기나 스파크가 공기 중의 휘발유 유증기와 만나 사고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풀어드리자면 물이 증발한 것이 수증기, 기름이 증발하면 유증기입니다. 주유 중엔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유증기는 액체상태의 기름일 때보다 불이 훨씬 더 잘 붙습니다. 경유의 경우엔 60~150도는 돼야 불이 붙는데 휘발유는 영하 43도에서 영하 20도 사이에서도 불이 잘 붙습니다. 휘발유는 이렇게 불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증기가 정전기나 스파크와 만나면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주유소엔 유증기를 회수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회수할 수는 없으니 시동을 끄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습니다.
-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에너지 발생
환경단체에 따르면 '차량 주유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5분 정도 소요되는데 이 시간 동안 시동을 끄면 약 80cc의 연료를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80cc면 생각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양인데 그 정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름 더 쓰고 세금도 더 내겠다면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환경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공회전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환경을 오염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차량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0g/km 내외 정도 됩니다. 대형차나 슈퍼카의 경우엔 300g/km이 넘는 경우도 흔하죠. 중형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주유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g 정도가 되는데 이것 역시 생각보다 높지 않은 수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국에 운행되는 수천만 대의 차량을 생각해보면 결코 낮은 수치도 아닙니다. 환경보호, 거창할 것도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 특히 수입 디젤 차량, 시동 걸고 주유했다간 혼유 사고로 낭패 볼 수 있어
수입차 판매량의 60% 이상이 디젤 차량일 정도로 디젤차의 점유율 상승 폭은 매우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하는 혼유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엔진이 작동되는 상태에서 혼유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최소 20~30만원대에 해결이 가능한 수리비가 무려 30배 이상 상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시동을 걸지 않았을 경우 연료통만 세척하거나 교환하면 되지만 시동을 걸면 연료가 엔진에도 유입되니 문제가 복잡해지거든요. 그래서 특히 수입 디젤 차량을 타시는 분들께서는 주유 중 엔진정지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혼유 사고는 주유소 과실이 일반적으로 80% 정도지만 시동을 끄지 않았다면 운전자의 과실은 30% 이상으로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는 대부분 주유소가 배짱 영업으로 보상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 서울 구로소방서 주유 중 엔진정지 캠페인
- 주유 중 엔진정지는 생활화
저는 사실 최근까지 주유 중에 시동을 끄지 않는 1人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지인께서 주유 중에 시동은 반드시 꺼야 한다고 했고 왜 주유 중 엔진정지가 필요한지는 누구도 속 시원히 답을 하지 못해 포스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살펴본 결과 주유 중 시동을 끄는 습관은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고, 미연의 사고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급속도로 늘고 있는 수입 디젤 차량들의 혼유 사고 수리비도 많이 아낄 수 있고 여러모로 시동을 켜는 것보다는 끄는 것이 장점이 많았습니다. 오늘 포스팅으로 많은 분들께서 주변에도 '주유 중 엔진정지'를 적극 권하며 올바른 자동차 문화에 앞장 서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