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묵상하며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 시 121:1-2 -
시편 120편부터 134편까지 15편의 시는 층계시(The Psalms of Degrees)라고 하며 매년 축일에 이스라엘 민족이 예루살렘에 올라갈 때 부른 노래라고 합니다. 또 어떤 학자(Elmer L. Towns)는 이 층계시는 중앙의 솔로몬(1)의 시와 대칭적으로 좌우에 배치한 다윗(4)의 시를 뺀 나머지 10편의 시를 히스기야가 섰다고도 합니다. 히스기야가 산헤립의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새장의 새처럼 고립되었을 때 도움을 간절히 구하던 내용과 하나님의 도움으로 하루아침에 적군 18만 5천 명이 송장이 되었을 때(왕하 19:35) 자기를 지키시던 하나님을 찬양한 그런 내용이 시편에 잘 나타나 있기도 합니다. 시 121편에 보면 도움(2절)과 지키신다(3~8절)는 말이 각 절에 나타나 있습니다.
도대체 이 도움이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웅장한 산에서 오는 것입니까? 이 도움이 자연을 넘어 저 먼 곳에서 나를 지키시는 하나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 시인의 고백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는 지난 6월, 차를 렌트해서 캐나다의 동북부에 있는 노바스코샤(NS)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최 동북쪽으로 호화선 타이태닉호가 파선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연해(沿海)주입니다. 공항 근처의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노바스코샤의 수도인 핼리팩스를 관광한 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일반 도로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로터리에서 우회전해야 하나 좀 더 가야 하나 주저하다가 오른쪽으로 급선회를 했는데 램프의 좀 높은 턱에 걸려 바퀴가 펑크 났습니다. 차를 세우고 어찌할 바를 몰라 911(한국의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위치를 물었는데 저는 그곳이 어디인지 정신이 멍했습니다. 핼리팩스 도심에서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상이라고 했더니 다시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끊었습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이 도시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하였습니다. 경찰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청년이 차로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고 펑크 난 것을 보자 거침없이 트렁크에서 도구를 꺼내더니 차를 들어 올리고 바퀴를 갈아 끼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경찰이 왔습니다. 그들은 젊은이가 차를 고치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여러 당부를 하고 떠나갔습니다. 젊은이는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어쩐지 그런 것 같았다고 말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잘 도와주었습니다.
젊은이의 도움으로 스페어타이어를 갈아 끼웠지만, 이날이 주말이 되어 어디로 가서 정식 타이어를 갈아 끼울지 막연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하며 정비소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러나 주말이어서 그 정비소가 더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자 다른 곳을 수소문해서 찾아갔습니다. 드디어 주말에도 일하는 한 정비소를 찾아 타이어를 갈아 끼울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젊은이는 누구인가? 또 소나기처럼 계속 쏟아지는 도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는 정말 고마워 젊은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준 천사입니다.” 저는 그때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천사들을 명령하사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시 91:11)라는 시편 말씀을 갑자기 생각해 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편은 911에 1자가 더 붙은 91:11로 외우기 쉬운 장‧절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기 아내가 한국의 광주에서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자기의 친절을 너무 의외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청년을 나에게 보내 주실 수 있었을까? 어떻든 이 감사는 인과관계나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다음날은 주일이었는데 우리 둘은 호텔 방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고 미국을 향한 먼 여행길을 떠났습니다. 아내는 사고가 난 그 시각에 계속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매인 주의 벵골(Bangor)까지 9시간 가까운 운전을 하면서 “교회도 제대로 못 나간 우리를 왜 이렇게 도우십니까?” 하고 주의 도우심에 감격하며 돌아왔습니다.
(2008.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