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과 AI가 촉발한 전기대란 ◈
1447년에 발간된 악장이자 서사시인 ‘용비어천가’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어요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므로
내가 이루어져 바다에 가나니!”
이 문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통하는 지혜를 담고 있지요
인간의 몸은 약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물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지요
물이 바로 생명의 원천이고 지속성의 조건이지요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AI 반도체에도 바다와 같은 큰 전기가 필요하지요
전기가 마르지 않아야 학습과 생성을 유지할 수 있어요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가
1965년에 발견한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에 관한 경험 법칙이지요
요약하면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숫자는
1~3년마다 두 배 또는 그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디지털 혁명을 가능케 한 법칙이랄수 있어요
이러한 발전을 통해서 누구나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인터넷에 접속하고, 유튜브를 보는 시대가 됐지요
그런데 이제 AI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법칙들이 관찰되기 시작했어요
일종의 ‘AI 무어의 법칙’인 셈이지요
먼저 2년마다 대략적으로 10배씩 모델의 크기가 늘어나고 있어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AI 모델이 커지는 속도가
그렇다는 얘기이지요
AI 모델이 멀티모달 생성 기능을 지원하면서
점점 초거대화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멀티모달이란 예를 들어 글을 쓰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동영상을 생성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뜻이지요
그 결과, 조만간 모델 변수의 가짓수가 조 단위를 넘어
십여 년 내로는 100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러면 자동적으로 이에 필요한 반도체의 숫자와 성능도
비례해서 늘어나지요
예를 들어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대역폭도 일정 기간마다
2배씩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마찬가지로 HBM 내의 데이터 저장 용량도 일정 기간마다
2배씩 늘어나지요
사용자도 계속 늘어 날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되면 당연히 비례해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지요
AI가 사용하는 전기도 일정 기간마다 2배씩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결국 투자 비용과 운영 비용도 함께 비례해서 늘어나지요
AI가 학습하거나 정보를 생성하는 과정을 거칠 때
AI 반도체는 수많은 수학 ‘행렬 계산’을 반복하지요
행렬 계산 과정에서 디지털 2진수 숫자의 덧셈과 곱셈을 끝없이 계속하지요
이때 계산 값이 ‘1′과 ‘0′을 반복하는데
‘1′이라는 상태는 전자회로에 전자가 채워진 상태이고
‘0′은 전자가 비워진 상태이지요
이렇게 전자의 채움과 비움이 반복되면서
이때마다 전자의 흐름인 전류를 공급해야 하고,
그 결과 전력 소모가 발생하게 되지요
이런 전력 소모는 생성 속도, 모델 크기, AI 반도체 수,
그리고 사용자 수에 비례하지요
이는 ‘AI 무어의 법칙’에 따라 계속 증가할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자를 공급할
거의 무한대 용량의 ‘전자 샘물’이 필요하게 되지요
이렇게 AI는 바다 같은 크기의 전자 저수지가 필요하게 되는데
그 물리적 장치가 바로 발전소이고, 이를 연결하는 시설이 송전선이지요
AI가 발전하면서 발전소와 송전선 인프라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런데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인공지능(AI) 시대 본격화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요
지난 7일 오후 2∼3시 사이 1시간 평균 전력 실제 총수요 추계가
100.2GW(기가와트)를 기록하는 등 여름철 전력 총수요가
100GW에 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어요
보통 여름철 전력 수요가 최대를 기록하는 고비는 여름휴가가 끝나고
대형 사업장이 일제히 가동하는 8월 둘째 주가 되지요
아직 전력 예비율을 10% 이상 유지하고 있다지만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정부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정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고비를 넘기더라도 앞으로도 전력 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지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전기차 보급 확대, 탄소 중립 추진에 따른
무탄소 전원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대폭 늘어날 분야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경기도 평택·화성·용인·이천 등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인데 2050년까지 이 클러스터에 추가되는 전력 수요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에 달하고 있어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수요에 따른 발전소 건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지요
우리나라는 경북, 강원, 전남 등지에서 생산한 원전·풍력·태양광 등
전력을 주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력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혈액을 공급할 혈관이 너무나 좁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요
그럼에도 2008년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환경 단체와 주민의 반대,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등으로 전력망 건설이 난항을 겪고 있어요
동해안 원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할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 사업,
호남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보낼
서해안 해저 HVDC 사업 등
계획보다 수년씩 지연된 사업이 한둘이 아니지요
이렇듯 전력망 구축 골든타임을 실기할 경우
자칫 ‘전력 대란’을 부를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인데도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해
전력망을 신속히 건설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국회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지요
21대 국회에서 정쟁에 휘말려 폐기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필요한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재앙을 막으려면
이 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지요
앞으로 오픈AI '스타 게이트'하나가 원전 6기 전력을 빨아들일수 있어요
수없는 0과 1의 행렬 계산 반복하는 AI 반도체, 엄청난 전력을 사용하지요
하루빨리 원전 더 지어 전력 공급 늘리고 시급히 전력망도 확충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경기도 문산읍 송전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