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골프동호회
제목 : 고향
창으로 스며든 소백산 줄기가
쭉정이 같은 사내에게 불쑥 다가와
낡은 신문에 박힌 빛바랜 기사처럼 자리잡는 순간
파도처럼 밀려든다.
눈감아도 환한 고향이.
왼쪽으로 금괴바위가 보이고
영주와 희방사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장스처럼 풍기 주유소가 우두커니 서 있고,
그 뒤로 부석사를 휘감은
소백산이 부처님처럼 자비롭게 앉아 있다.
다섯 걸음 남짓한 너비의 콘크리트 다리를 지나자
가뭄에 콩나듯 오가는 시외버스 사이로
사람들을 토해 내는 영주여객버스는 여왕개미 같다.
그리워 왔다가 쑥스러워 가는 사람의
낯짝에도 훈기 감돌고
고향 내음에 목말라 끙끙 앓다가
한달음에 달려와 분주하기만 한 풍기역 대합실을
두리번 대며 나서는 사람의 얼굴마다
설렘이 가득하다.
설렘이 허망하게 된 가슴으로
달래듯 탁탁치며 우측으로 꺾어지면
휴가 때면 고참이나 쫄다구나 할 것 없이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풍기다방이
여전히 오가는 길손에 추파를 던지고
낯모르는 사람들이 날 이방인 대하듯
위 아래로 흝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예전 모습이 담겨있고
주홍색 원피스 입은 열 여섯 살 남짓한
한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며 빙긋 웃는다.
찢어질 듯 아픈 가슴 데리고
바람을 동무 삼아 휘파람 불며
오거리를 걷노라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많은 목소리들이 정겹다.
우체국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엄니를 기다리던 풍기농협 계단
무척이나 우람해 보이던 그 건물이
새로지은 건물들로 더욱 왜소해 보이고
돈 없어 그 집주인이 가장 부럽던 태춘당약국
그 위층엔 카페가 생겼다.
옛 칠성당구장 자리에는 딴 간판이 붙었고
부석가는 길목엔 흰 건물로 자리잡은
동양대학교가 배부른 암소처럼
금계동을 깔고 앉은 것 같다.
소백산에 올라서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돌아보니 죽령고개를 흝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뿐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두 번쯤은 변했을 고향 땅.
열 번쯤은 더 변했다 해도 여태 변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목메이게 그립다는 것뿐이다.
거지발싸개 같이 초라한 고향일지라도........
---------------------------------------------------- 고향이 그리운 높이날으샤
첫댓글 10여년 전에 썼던 글인데, 이번에 고향 다녀오면서 더 생각이 나서 이곳에 옮겨본니다. 다들 고향이 그립겠지요. 나의 고향 풍기를 감상해보세요. 좋은시,좋은글 란에 써도 되는지는 알수 없지만...............
좋은글 감사하져~~~^^
나르샤!!
님 앞에서 글을 쓴다고 이름 석자 올린것이 다소
부끄럽네
한편의 드라마을 보는듯 이어가는 시심에서
소백산 풍기을 보고 있다네
다시 그곳에 가면
이글 감상하며
천천히 돌아서길 바라네...
아~
가슴으로 마음으로
내 고향을 다녀온듯
그리운 고향마을
바람
들판
산
그리고
그리움의 산지락이
늘 오라고 손모아
그 사람 불러데네요
고향이 없는 저입니다
정말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나르샤님에게
이런 감동이 있을 줄이야
어쩐지 웃는 얼굴에
환한 글자의 서정이 풍기더라
자주 자주 서정적인 글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