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의 기억
엄마, 배고파요.
고봉 이밥 주세요.
어릴 적 나는 그렇게 엄마를 졸랐다. 배가 고팠던 것이다. 된장국에 밥 말아 먹고 싶다고 하면 어머니는 밭에 나가시면서 “냉이 좀 캐 오너라” 하셨다.
누이와 나는 신이 나서 들로 뛰어나갔다. 밭둑 가장자리에 납작 엎드린 냉이들을 찾았다. 땅이 얼어붙기 전에 냉이 뿌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그 단단함이 깊은 맛이 된다고 했다. 찬바람 속에서 자란 냉이는 잎도 더 오그라들고 작았지만, 그만큼 향이 진했다.
냉이를 캐다 보면 손이 시려왔다. 하지만 우린 개의치 않았다. 흙을 털고, 뿌리를 정리하고, 손바닥에 냉이를 가득 쥐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구수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면 절로 입맛이 돌았다.
그렇게 모아 온 냉이로 어머니는 된장국을 끓이셨다. 주걱으로 된장을 풀어가며 보글보글 끓이다가, 마지막에 달래와 함께 냉이를 넣었다. 뜨거운 김 사이로 퍼지는 냉이 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 냉이 한 줌이 배고픔을 달래 주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함께한 들판의 바람과 흙 냄새가 가슴속 어딘가에 아련히 남아 있다.
모레면 또 눈이 올 것이다. 노란 콩 시루가루 같은 싸래기눈이 들판을 덮을 것이다. 그 아래에선 또 냉이가 숨죽이고 봄을 기다릴 테지. 마치 그 시절,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