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이학원(2회, 강원대 명예교수)
2014년! 갑오년 청마의 새해를 맞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지난해 11월 25일, 집사람이 홍반원공이라는
눈병을 얻어, 두 눈 수술을 했습니다. 봉사가 된 것이지요.
지금까지 집에서 병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두 눈의 근육과 세포는
늙지 않았는데, 인근의 근육과 몸이 늙어 균형이
깨어지자 두 눈의 한가운데 시신경이 잘라져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 것입니다. 거기다가 백내장 증세도 있었고,
부분적으로 황반변성과 시신경의 황반접착등 4가지가
겹쳐 눈 질병으로서는 가장 어려운 큰 대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전에 여러 징조가 보였습니다. 눈물이 난다.
눈이 시큰거린다. 눈이 침침해진다. 티브이 화면 밑
자막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러다가 교회 예배시간
의 전면 스크린의 큰 글자가 잘 안 보인다. 노안이라 그렇겠지 하면서 미련을 대다가 개인 안과의원을 찾아 진찰을 했습니다. 진찰 결과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강원대학교 부속병원 안과과장 이승준 교수가
이 병의 전문의라서 시신경을 잇는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시력이 회복 중에 있습니다.
집사람에겐 두 눈에 안대를 한 채 24시간 엎디어 4주간을
지내야 하는 과정이 너무나 힘 들었습니다. 목과 등어리, 팔,
허리, 다리 등 아프지 않는 곳이 없으니 남편인 저에게
얼마나 행패 아닌 행패를 부렸겠습니까?
3끼 밥을 떠먹여주고, 목, 등어리, 허리, 팔, 다리를 하루 종일 주물러 주고, 하루 몇 번씩 화장실 출입에 동행을 하고, 4시간 마다 안약을 넣고, 6시간 마다 약 먹는 것을 챙겨야 했으니, 제가 하루 종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해 비봉사몽 간을 헤매는 몽유병 환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4년 동안 남편 뒤치다꺼리 하느라 별별 고생을 다했는데, 단 6주 간을 참으며, 병간호를 왜 못 해주겠습니까? 저도 이제 병들고 죽는 일 밖에 남은 것이 없는 몸인데, 이 번 기회에 좋은 보험을 들어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집사람이 늘 6인 병실을 고집하는 바람에 6층 7호실에 갔더니, 맨 같은 눈병 여자 환자 다섯 분이 있었습니다. 저가 간호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들과 자식을 전화로 불러 병실로 오게 한 후, 저 아저씨가 아주머니 간호해 주는 것 좀 보라고, 당신은 나를 입원만 시켜놓고 내 평개친 것과 같은 것이라고, 환자 침대에서 부부간에 말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춘천 여자들이 좀 나이가 많아지니 주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직구를 날리는 것이 경남 내 고향 여자들을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저 아저씨 간호하는 것 보고 좀 배우라고. 이렇게 남편들을 닥달하니까 어떤 남자는 저렇게 간호 받는 아주머니는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틀림없이 대단한 미인 일 것이라고 당신이 나중에 한 번 잘 보시라고. 이렇게 이야기 한 남자는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나고. 다른 남편들은 시무룩하게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는 것이 가관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가 하도 겸연쩍어서 여섯 여자 환자분들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왜 하필이면 다른 사람들은 그 연세에
멀쩡한 눈으로 건강하게 잘 다니시는데, 여러분들은 왜 이렇게 이 병원에서 고생들을 하시고 계시느냐고. 평소에 남편을바라보는 눈매가 곱상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시라고. 여섯 분이 다 남편들을 못 살게 굴거나, 곱상스럽지 않게 바라보시지 않으냐고. 그렇게 병이 나신 것은, 단지 그 이유 때문이니 앞으로 눈을 다시 뜨시면 남은 여생 동안 제발 고운 눈매로 남편들을 바라보시라고, 간곡한 말씀을 드렸더니 그렇다며 미소를 띠고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집 사람은 내가 하는 것 봐가면서 저가 아플 때 잘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 번에 넣은 보험이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앞으로 제가 아파 봐야 알 것이고, 하느님만 시혜 여부를 아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육십이 넘으면 1년에 한 번씩 안과 진찰을 받아 보고 예방을
하는 것이 옳았는데, 어디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눈이 좀 불편하시면 미련한 저처럼 뒤로 미루지 마시고 곧장 바로 안과의를 찾으셔서 진찰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남해•무상보 선배님! 손녀가 옹알이를 하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4년 1월 2일, 춘천에서 이학원 배
첫댓글 세상에! 그 착한 사모님께서 그런 변고를 당하시다니, 그나마 다행한 것이 시력을 회복중에 있다니 천만다행스럽습니다..
그동안 카페출입이 잠잠하셔서 무슨 일이있나하고 궁금해 하던 참이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별별 일을 다 당한다는 옛사람의 말이 하나도 거짓이 아닌가 봅니다... 아무쪼록 수고하시는 김에 모든 정성을 기울여 사모님 간호에 매진하셔서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투병하게 하소서~~
통 소식이 없어 변고가 있나? ...아내의 병 간호 정말 수고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쾌유를 빕니다.
지난 해에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인 고난이 우리 후배님의 가정에 찾아 왔군요. 그 고난을 이기는 과정을 통해 부부의 정이 다져지고 화목의 기운이 온 가정에 넘쳐나는 것 같군요. 아무쪼록 새로움이 시작된 2014년 벽두부터는 반가운 손님만 맞이 하셔서 따뜻하고 밝은 빛이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곽신도 , 정재종 , 이창욱 선배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나이 80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 나이에 집사람이 아프니 내 모양과 삶이 적막강산이었습니다. 자식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면서, 저 보고 오래 살아라고 하니 이제 마음대로 죽지도 못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가슴이 괜히 무거워 짐을 느낍니다. 노년의 외롭고 쓸쓸한 길을 동행하는 짝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 교수님! 그동안 혜안의 글을 올려주지 않아 궁금했는데 집안에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새해에는 잘 회복되셔서 댁내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동안 안보여서 많이 궁금했는데 간병하느라 고생이 많으셨군요.든든한 보험 하나는 확실히 들어 놓으셨네요.
6인실 보호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으니 사모님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루 빨리 쾌유하시기를 빌고 새해에는가내 행운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최충웅 선배님, 문경자 선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배님들과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으로 잘 버팅이고 있습니다. 마누라의 힘이 얼마나 내 인생을 풍요롭게 했는지 이 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문경자 선배님, 백증자 선배님을 마나시면 저의 새해 인사를 전해주시면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춘천 학원 배
좌우지간 백증자동문에 대한 이교수의 애뜻한 마음은 알아주어야 겠습니다!
이교수님! 사모님 간병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복중에 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급성 녹내장이와서 수술2번하고, 후유증으로 백내장 수술도했답니다. 처음에는 시력을 잃는줄 알고많이 놀라기도 했지요.
다행이 지금은 잘 유지가되고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답니다. 교수님 ! 간병도 힘드시겠지만,사모님의 실망은
이루말수도없이 괴로웠을것입니다.많이 위로해 드리고 사랑해드리세요.노년에 부부는 간호사라고 하더군요.
사모님의 빠른 쾌유를 빌며 새해에는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행운이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면 안과에가서 안압체크를 해보세요.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이옵니다.
체험과 경험이 스승이다는 말씀 닥아오네요. 소운 님의 처방전을 잘 기억하겠습니다. 항상 남을 배려하는 그 마음에 새해 福많이 받을 것입니다. 건강하세요.
솔방울 선배님! 예! 노년 부부는 서로에게 간호사 역할을 하는 것이 당년한 것이라고 이 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간절히 찾는 것이 하나님 같은 남편 아내뿐일 것 같았습니다. 눈 감을 때 자식이 옆에 있으면 마음으로 마지막 위안은 되겠지만 늙은 짝이 옆에 없으면 정말로 말 할 수 없이 외로울 것 같아요.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선배님의 눈이 건강하셔서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춘천 학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