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26>
“과민성방광·요실금” - 복분자딸기(覆盆子)
여성의 요로증상 가운데 과민성방광과 요실금은 일상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매우 불편한 병증 가운데 하나이다. ‘과민성 방광’은 참으려 해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주 다급하게 소변을 보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하루 8회 이상의 빈뇨에 야간뇨가 동반한 경우로 방광 배뇨근의 탈신경, 자율신경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방광의 과활동, 노화 등을 원인으로 본다. 한의학적으로는 소변빈삭(小便頻數, 소변이 자주 마려움), 소변불금(小便不禁, 소변을 참지 못함) 등의 범주에 속한다.
‘요실금’ 역시 소변이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아 유뇨(遺尿,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변이 절로 새어나옴)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유익(遺溺, 소변을 통제하지 못함), 요상(尿床, 잠자리의 소변유실), 소변실금(小便失禁) 등의 한의학 병증에서 찾을 수 있다. 단 분만 시의 손상이나 노화로 인해 골반지지조직이 약해졌을 때, 방광경부나 요도가 정상보다 아래로 처진 과다이동성과 요도괄약근의 기능저하, 방광· 척수의 기계적 손상으로 인해 대뇌의 신경전달이 불가능 할 경우, 비뇨생식기계의 선천성 기능부족이나 기형 등의 경우는 이 장에서 논외로 한다. 이 부분은 따로 현대의학적 치료법인 골반저부 근육운동이나 방광훈련, 생체되먹이요법, 전기자극치료, 수술요법 등이 고려된다.
정상이라면 방광에 소변이 차서 일정한 용적까지 충만하면 방광 벽에 가해진 흥분이 대뇌에 전달되고 곧 부교감신경은 요도괄약근의 긴장을 풀어 배뇨하게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에 따라 배뇨하지 못하고 불수의적으로 소변을 유실하는 상태에 이르면 반드시 한의학적으로 접근하여 근본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요로증상의 원인을 폐·비·신·삼초의 기허(氣虛)로 본다. 비는 기를 생(生)하고 폐는 기를 주관하며, 신은 기를 저장하고 삼초는 기를 통하게 하는데, 비, 폐, 신의 기가 허하거나 삼초의 순환이 막히게 되면 수도(요도)를 통리할 수가 없게 되어 정상적인 수액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분이 정체되어 밖으로 흐르지 못하는 소변불리(小便不利) 역시 물을 많이 먹음으로서가 아니라 수액을 주관하는 장부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치료되어야 한다.
《방약합편》의 삼기탕(蔘芪湯: 인삼 황기 백복령 당귀 숙지황 백출 진피 각 4, 익지인 3, 승마 육계 각 2, 생강 대추 감초 각 1)은 비·폐·방광경에 귀입하여 기허를 보하고 항이뇨 하며, 요량감소의 대뇌억제력을 가진 대표 처방으로 권할만하다. 다른 차원에서 오자원(五子元: 구자 사상자 토사자 익지인 회향 각 등분)이나 공제환(鞏隄丸: 숙지황 토사자 백출 오미자 익지인 부자 보골지 백복령 구자) 같이 주로 온보(溫補)하는 처방도 좋다. 보신과 축뇨(蓄尿)의 의미가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표 방제인 삼기탕의 원리를 살펴보면, 폐는 기의 본(氣之本)이므로 황기로 보하고 신을 수렴하며, 비는 폐의 본(肺之本)이므로 인삼, 감초로 비를 보하고 기를 돋우며, 백출로 위의 습을 없애 중초를 조화롭게 한다. 당귀, 숙지황으로 보음하는 것은 곧 보양을 위한 것이며, 승마가 비의 맑은 정(精)을 폐로 끌어올려 수액대사의 조절기능을 높임으로써 역시 방광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진피는 비, 담, 위, 삼초경으로 들어가 기를 잘 통하게 하며, 익지인은 비를 보하고 신을 따뜻하게 하여 축뇨한다. 익지인은 그래서 비신양허(脾腎陽虛)로 인한 유뇨·빈뇨에 상용하는 약이다.
《경악전서(景岳全書)》에서는 “무릇 소변불금을 치료함에 있어서 고방(古方)에서는 주로 고삽(苦澁)하는 약물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고밀(固密)하게 함에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고삽하는 약물은 문호(門戶)를 고밀하게 하는데 지나지 않으므로 이 역시 치표(治標, 말단을 다스림)의 뜻이며 색원(塞源, 물길이 막힘)의 도(道)는 아니다. 소변은 신(腎)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신은 위로 폐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만약 폐기가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신수(腎水)는 결국 통섭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치수(治水)할 경우 반드시 치기(治氣)하여야 한다. 치신할 경우에는 반드시 치폐(治肺)하여야 한다.” 하였다. 그러니까 요로병증은 폐기를 보하면서 동시에 신의 허를 보하고 고삽하는 약물로 방광의 기능을 돕는 것이 마땅하다.
장미과에 속한 낙엽관목인 복분자딸기는 채 익지 않은 열매를 건조하여 약으로 쓴다. 초여름에 녹색에서 녹황색으로 변할 때 채취하여 열매꼭지를 제거하고 끓는 물에 2~4분 정도 익힌 다음 볕에 말린다. 약성은 달고 시며 조금 따뜻하다. 간과 신경으로 들어가 보신(補腎)하며 정(精)을 굳건히 하여 축뇨하고 흐르는 것을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단맛은 보익하고 신맛은 수렴하며 둘은 함께 음(陰)을 화생하며 양기(陽氣)를 돕는다. 단미로도 우수하지만 익지인, 금앵자, 산수유, 보골지 등을 합용하면 효능이 더욱 높아진다. 신허에 따른 비슷한 문제, 예컨대 성적 기능장애의 경우에 주로 처방되어온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의 구성물인 구기자, 오미자, 토사자, 차전자, 복분자 가운데 복분자가 항산화 활성이 가장 우수하며, 기억력 증진작용이 큰 것은 복분자의 이 같은 항산화 활성 능력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함량의 증가, 정자 수 및 정자의 운동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어 남성의 유정, 성선쇠약, 전립선 이상에도 유효하며 잔뇨감, 소변빈삭 등에 상용할만하다.[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