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여고 문서윤
학교에 게시된 공문을 보고 캠프 참가를 결심했다. 평소의 소극적인 성격에 더하여 1박 2일의 프로그램이라서 참여를 망설였지만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 신청했다.
이름도 생소한 프로그램이 많았고 전혀 모르는 아이들과 한 조가 되었다. 다들 모르는 사이라 그런지 무뚝뚝하고 말이 없어서 무서웠다. 그러나 첫번째 프로그램 후아유를 진행하면서 우리 조뿐만 아니라 다른 조 아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캠프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생각나는 시간은 첫째 날 밤이었다. 그 때 진행했었던 Before I die라는 프로그램이 첫날을 마무리하면서, 둘째 날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모두가 동그랗게 둘러 앉아 초를 켜놓고 유서를 쓴다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면서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초 하나에서 시작된 불빛이 옆으로 옮겨지고 결국에는 다들 초 하나만 켜놓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유서를 적는 동안 내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 유서에는 행복하다는 말이 많았다. 거의 그 말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퇴소식 때 다시 보니깐 좀 쑥스러웠다.
그리고는 Before I die라는 거대한 막 하나를 채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나와 공유한다는게 좋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남은 삶을 가장 풍요롭게 한다는 말이 인상깊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우리가 만들어낸 손바닥 필름과 그 필름제가 참 재밌었다. '공익광고-아름다운 세상 만들기'가 주제였고 우리 조인 8조는 층간 소음을 소주제로 정했다. 첫날 점심을 먹고 바로 진행해서 많이 서먹했던 때였지만 멘토 선생님과 남자 애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너무 진지하게 하다가 웃음이 터진 적도 있었고, 특히 필름제에서 처음 본 우리 작품이 그 중에서 최고였다.
1박 2일이 생각보다 짧았고 마치기 직전 조원들과 인사하는 시간까지 아쉬웠다. 짧다면 짧고 나에게는 길다면 긴 시간동안 내가 잘 해냈다는 점이 뿌듯했다. 방학이 끝난 뒤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싶고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멘토로도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