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요즘은 집집마다 옥매트 한 장씩은 깔아놓고 겨울을 보낸다. 전기장판에 건강을 위한 효능을 첨가시킨 현대판 장판이 바로 옥매트다. 그런데 시판되는 옥매트의 30%가 ‘일월산업’ 제품이다. 옥매트 업계 선두주자 ‘일월산업’이광모 사장 “품질 좋고 값 싸고 AS 잘 되면 입소문이 나죠” 이 회사의 이광모 사장이 매트 업계에서 선두 주자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가을·겨울철엔 홈쇼핑 채널에 옥매트 광고가 단연 많다. 여러 가지 성분과 효능을 소개하는데, 온열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문인지 판매율이 정말 높다. 그 중에서도 이광모 사장이 직접 나와서 매트를 설명하고 판매하는 ‘일월산업’ 제품은 수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못 팔 정도다.
일월산업’ 옥매트의 구조는 방수원단, 항균압축솜, 참숯침전패드, 목어석돌 등 10여 개의 층으로 되어 있어 제품 평가의 최우선 기준인 품질 면에서 뛰어나다. 그래서 얼마 전 품질보증체제인 ISO9001 인증을 받기에 이르렀다.“처음 개발했을 때 제가 먼저 써봤습니다. 피로가 말끔히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도 주고 써보라고 했더니 모두들 효능에 놀라더군요. 저도 늘 일에 치여서 바쁘게 사느라 운동도 못 하고 사는데, 옥매트 덕분에 많이 건강해졌어요.”‘일월산업’에서는 크게 옥과 세라믹을 재료로 한 두 종류의 매트를 판매한다. 이사장이 다년간 연구해본 결과 두 개의 소재가 가장 뛰어난 효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현재 ‘일월산업’이 매트업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것도 이같은 꾸준한 연구결과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액을 살펴보면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동안에만 약 200억원에 달한다.
‘일월산업’은 경기도 하남시 외곽에 공장이 있다. 170여 명의 직원들이 옥을 자르고 붙이고 매트를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같은 싸늘한 계절에는 공장이 밤낮 없이 돌아간다. 공장 문밖에는 물건을 가져가려고 온 홈쇼핑 회사 직원들이 눈 부릅뜨고 지키고 서 있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니, 믿기지 않지만 몸이 파김치가 될 정도로 바빠도 콧노래를 부르는 곳이 바로 이곳, ‘일월산업’이다.
그가 1996년 옥매트 제조업을 시작했을 때는 사정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 지금은 쉴래야 쉴 틈이 없을 정도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이 정도로 살아남기까지는 그만의 경영철학이 있었다. 그리고 더 힘찬 재기의 의지를 불살라준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
군에서 제대한 후 사진기기 회사에서 일하던 이사장이 건강 관련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1989년. 그러니까 지금까지 15년 동안 제조, 판매업을 해온 것이다. 처음엔 친구의 권유로 녹즙기를 만들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바쁜 현대인에게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지만 잠시 팔리고 만 반짝 상품이었다. 그 다음엔 발마사지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의 유행처럼 잠깐 팔리다가 말았다. 사업은 계속 주저앉았다. 그렇게 사업이 망해도 건강 관련 상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옥매트였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출시를 했지만, 그때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마트나 백화점에 납품을 해도 매출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999년 홈쇼핑에 광고가 나가면서부터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점점 높아졌고 매출도 점점 늘었다.이제는 물량이 달려서 못 파는 정도가 됐다.
현재 홈쇼핑 채널의 하루 주문량이 약 1500세트인데 1000세트를 겨우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밤낮 가리지 않고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손놀림도 무척 빠르다. 그렇지만 서로 웃으면서 정답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은 오래도록 어두운 길을 함께 걸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사장의 성공비결
첫째, 경영철학의 제1조는 다름아닌 정직.
“중소기업은 믿음, 신용이 우선입니다. 대기업에 비해 신인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제품의 질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옥매트의 경우만 해도 속 내용물이 보이지도 않고, 얼른 성분이 파악되지도 않는 제품이잖아요. 그럴수록 더 정직하게 만들어야죠.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통해 기업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정직하게 만든 제품은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것은 그의 인생관이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는 데도 정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업에 있어서건 인생에 있어서건 정직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직하고 진실된 사람, 그래서 오래도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좋단다.
둘째, 가장 싸야 한다는 것.
옥매트 같은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낮으면 품질이 나쁘리라는 생각을 바꾸고 싶단다. 그러니까 박리다매가 ‘일월산업’ 매트의 기본 경쟁력이다.“품질 좋고 싸고, 게다가 AS까지 잘 되면 사지 않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는 거죠. 좋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보게 돼 있어요. 저희 제품이 잘 팔리는 것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잖아요. 정직하고 믿음직스럽게 5년을 견뎌왔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일월산업’옥매트의 경쟁력은 품질 좋고 값싸고 AS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셋째,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의 필수 조건은 철저한 AS.
AS는 그 기업에 대한 믿음의 생명이다. 지점이나 AS센터를 두고 있는 대기업보다 훨씬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단다. 대기업 같은 인지도가 없기에 힘들지만 그것 또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잠시 하다가 그칠 사업도 아니고,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겐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넷째, 은행거래를 안 한다.
“중소기업은 은행 거래를 하면 결국은 망하게 되어 있어요. 망하면 망했지, 난 은행 거래는 일절 해본 일이 없어요. 하지도 않을 것이고.”
다섯째, 직원들을 내 식구다.
친동생처럼 대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함께 한 장소에서 마음을 맞춰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생산직 직원을 구하기 힘든 실정에 함께 일해주는 직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이사장과 함께 다른 공장 건물로 들어서니, 제품 포장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서 새삼 사람이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해요. 한 사람이라도 자기 몫을 하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죠. 이곳을 하나의 세계로 본다면 모두들 서로 기대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죠.”
신동아 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