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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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13.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은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올 때 만주옷 마괘를 입고 왔는데 이 마괘가 변형되어 마고자가 되었습니다. 이 흥선대원군이 입던 자적 단령 (紫赤 團領)은 중요민속문화재 제214호로 지정되어 현재 단국대학교석주선기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요. 단령은 조선 말기까지 모든 관원이 평소 집무복으로 입던 평상복입니다. 보통 관원의 평상복은 단령과 함께 사모(紗帽, 문무백관이 관복을 입을 때 갖추어 쓴 모자)와 띠[帶], 화(靴, 목이 긴 신)로 구성되지요. 이 흥선대원군의 단령은 겉감은 자주색으로 둥근 깃이고, 안감은 붉은색으로 곧은 깃이며, 넓은 동정이 달려있습니다. 소매가 넓고 고름은 붉은색과 자주색을 쌍으로 겹쳐 달아서 모두 4개가 양옆에 달려있지요.단령의 가슴부분에는 기린흉배가 달렸는데, 기린무늬는 그의 지위가 대군임을 표시해 줍니다.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의장(儀章)조에서 기린흉배는 대군이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흉배는 흑색의 공단에 금실로 정교하게 수놓았는데 기린을 중심으로 아래에는 바위와 물결무늬 따위를 수놓고 위의 양옆에는 구름무늬가 있지요. 옷의 크기로 보아 대원군의 체구가 조금 작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유물은 보존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기린흉배까지 포함된 완전한 형태의 왕실유물이므로 복식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 일본이야기 345 >
가족과 주검이 함께 대기하는 유체(遺體)호텔
듣기에 따라서는 조금은 거부감이 일 듯한 말이지만 지금 일본에서는 유체(遺體)호텔이 슬슬 궤도에 오르고 있다. 매장을 하는 천황가를 빼놓고는 거의 일본인들은 화장을 하는데 죽어가는 사람 수에 견주어 화장장이 턱없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고인의 장례를 원하는 시간에 치루기 위해서는 며칠이고 대기해야하는데 요즈음 1주일 이상 화장을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장의회사 ‘아반휴네스’는 말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인은 1년에 130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른바 단괴시대(團塊世代, 1947~49년의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사람들이 80살이 되는 2030년에 이르면 해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160만 명에 이르러 화장장 부족은 가속화될 전망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일본에서는 다사사회(多死社會)라고 하는데 세계 최고령사회에다가 ‘다사사회’로 진입하여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다사사회’의 큰 걱정으로는 바로 화장장 부족을 들 수 있다. 도쿄 복지보건국에 따르면 도쿄도의 사망자 수만 약 11만 명인데 화장장은 26개소로 이들을 제때에 화장처리 하기위해서는 현재 상태에서 1주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할 정도다. 특히 고령자의 체력이 떨어지는 겨울철의 연말연시에는 희망하는 때에 화장이 불가능하다고 한다.화장장 신설은 주민의 반대 등이 있어 쉽사리 늘지 않는데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화장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사카의 경우에는 궁여지책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화장을 하던 것을 좀 더 앞당겨 할 것을 고려 중이며 화장을 하고 뼈를 수습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화장과 뼈 수습을 별도의 장소에서 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오사카 기타구에는 ‘유체호텔’인 ‘호텔리렉션’이 2012년부터 영업 중이다. 이 호텔의 특징은 망자(亡者)와 함께 가족들이 한 호텔에 묵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화장장이 빌 때까지 가족과 함께 주검이 대기하는 장소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장문화와는 달리 유체를 대학병원 등에 기증하는 ‘헌체(獻體)’자들도 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1985년만 해도 해부용 유체는 50%가 경찰에서 넘어오는 신원불명자였지만 현재는 100%가 ‘헌체기증자’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헌체(獻體)’의 경우, 해부용으로 사용한 뒤 화장을 하여 유가족에게 넘기는데 비용은 대학병원 등에서 댄다. 이렇게 되면 화장 순서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별도의 장례비용도 들지 않아 ‘죽어서 남에게 신세를 끼치지 않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일본에서는 이제 죽어도 화장장에 가기까지 ‘유체호텔’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판이지만 어째 남의 나라 일 같지만은 않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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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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