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김숙분
엄마가 하루 종일 갯벌에서
오리걸음 걸으며 바지락을 캐는 동안
망태 속 바지락들이
바지락바지락 바지락바지락
저녁에 갯벌에 긴 그림자 그리면서
집으로 가는 내내
숙제도 다 못하고 잠든 나를
누가 깨우고 있나 했더니
내 머리맡 바지락들이
-《열린아동문학》 (2021 가을호)
사막여우
남은우
눈도 자고
코도 자고
발도 자고
귀 혼자 깨어
가을비 듣는다.
- 동시집 『우산이 뛴다』 (2021 상상)
모기
박승우
깜깜한 밤
모기가
내 피
내 잠을
도둑질해 간다.
죄는
모기가 지었는데
내가
모기장 감옥에 들어갔다.
-《혜암아동문학》(2021 연간집)
기중기
신현배
바지런 떨어 보지만
동작이 굼뜬 기중기.
반나절 만에
철근 몇 개 옮기고는
제 할 일
다했다는 듯
뒷짐 지고 먼 산 본다.
-《동시빵가게》(2021 25호)
풍경 물고기
윤보영
지나가던 바람이
처마 끝 풍경 물고기를 잡고
달에 가보자며
땡그랑땡그랑!
처마 끝 풍경은
못 돌아올 수 있다며
가지 말자고
낙엽
윤형주
낙엽이 졌다.
바람에게
계절에게
이기려 애쓰지도 않고
조용히 졌다.
그게
좋은 것이라며
- 동시집 『딱, 2초만』 (2020 청개구리)
구름
윤희순
파란 하늘에
푹신푹신한
양탄자가 펼쳐졌다.
비행기가 층간소음없이
편안하게 날아간다.
-《대구아동문학회》(2021 연간집)
모르는 척
이종완
네가 혼자 울 때
사실은다가가서위로해 주고 싶었어
하지만모르는 척해 주는 게더 좋을 때가 있어
그냥 지켜보았어
더마음이 아팠어
- 동시집 『나무 일기』 (2021 시와소금)
접시를 씻는다
정용원
접시꽃밭에 비가 내린다.
하늘이 접시를 씻는다.
접시에 해를 담고
달빛과 별빛도 담고
벌과 나비를 초대하려면
접시가 깨끗해야지
하늘이 접시를 씻어준다.
- 동시집 『접시꽃 비행접시』 (2021 한국문학신문)
은동이가 달린다
천선옥
할머니와 사는 은동이
밥 먹을 때도
느릿느릿
학교 갈 때도
이런-
하지만, 할머니가 아프다는 소리 듣고
은동이가 달린다.
타조보다 빠르게
타타타타 집으로 달린다.
눈물콧물 훔치며
타타타타 달린다.
- 동시집 『우주꽃의 비밀』 (2021 걸음)
출처: 한국동시문학회공식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