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과 비빔밥은 전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전주는 예로부터 수질이 좋고 서목태(쥐눈이콩)의 풍부한 공급으로 인하여 질 좋은 콩나물을 많이 생산해 왔다. 그 결과 콩나물을 사용한 음식이 자연스레 발달했다. 조선시대 3대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전주비빔밥의 관건은 바로 전주산 콩나물에 있다. 콩나물비빔밥이라고도 불리는 전주비빔밥에는 서목태를 발아시켜 키운 콩나물을 비롯한 3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콩나물국밥 역시 질 좋은 전주 콩나물을 주재료로 만든다. 주로 멸치, 다시마, 무, 북어로 국물을 내 시원하고 담백하며 아삭아삭하고 고소한 콩나물이 풍성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양반 음식인 전주비빔밥과 달리 콩나물을 위주로 단출하게 맛을 냈다. 콩나물의 도시답게 전주 남부시장에 가면 콩나물 가게들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전주에서만 나는 질 좋은 콩나물이 있었기에 지금의 전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교 없이 담백한 전주 콩나물국밥
하루하루 배불리는 것이 중요했던 옛날 서민들은 지천에 널린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쌀을 한줌 넣어 국밥을 끓여 먹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콩나물국밥은 좀 더 고급화되고 특색 있는 음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현재 전주에서는 업체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육수를 우려내고 오징어, 달걀과 같은 부재료를 더해 특색있는 국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담백한 맛을 잃지 않고 수묵담채화와 같은 기교 없는 맛을 내는 것은 공통적이다.
콩나물국밥은 밥을 말아 나오는 ‘남부시장식’과 펄펄 끓으며 나오는 ‘전통식’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남부시장식은 전통식과 달리 토렴한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국을 담아낸다. 펄펄 끓으며 나오는 형식에는 주로 날달걀이 들어가 있어 국밥 안에서 익혀 먹는 것이 특징이다. 3대 콩나물국밥집 중 <삼백집>을 제외한 <왱이집>, <현대옥>에서는 말아내는 형식을 기본으로 내고 있다.
소박하고 예스러운 콩나물국밥 <전주왱이콩나물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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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이집>은 시골에 가면 할머니께서 질 좋은 재료로 만들어주시는 소박하고 예스러운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왱이집 외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라는 간판 문구다. 24시간 손님에게 맛 좋은 콩나물국밥을 대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문구가 진정성을 전달한다.
콩나물국밥 전문점답게 식사 메뉴는 콩나물국밥(6000원) 한가지다. 실내는 제법 널찍한데, 그 속의 낡은 인테리어가 2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나타낸다. 특이한 점은 김치를 커다란 양푼에 담아놓고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게 하는 시스템이다. 맛스럽게 익은 빨간 김치가 입구에서부터 고객의 식욕을 당긴다.
<왱이집>의 콩나물국밥은 말아 나오는 형식이다. 특징은 콩나물국밥에 기본으로 오징어를 넣어준다는 것이다. 비록 오징어 양이 많지는 않지만 단백질 성분이 없는 콩나물국밥에 씹을 거리가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국물은 해물에서 우러나온 깊이 있는 맛이다. 담백하고 칼칼하지만 묵직하게 끌어당긴다. 다만 국물 염도가 매우 높다. 콩나물은 매우 신선하고 잘 다듬어진 것을 사용한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88 전화 (063)287-6979
펄펄 끓는 뚝배기에 달걀 하나 ‘탁’ <삼백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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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집>은 아무리 많은 손님이 찾아와도 삼백그릇 이상 국밥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60년 전만 해도 간판이 없는 국밥집이었으나 정해진 개수만큼 정성 들여 음식을 내놓겠다는 창업자 이봉순 할머니의 고집이 지금의 <삼백집>을 만들었다. 지금은 물론 삼백그릇이 넘었다고 문을 닫지는 않는다. 메뉴는 콩나물국밥(6000원) 외에 선지온반(7000원) 하나가 더 있다.
<삼백집> 국밥은 끓여내는 방식으로 안에 날달걀이 풀어져 나온다. 고춧가루가 들어가 국물 색이 빨갛다. 참깨와 참기름이 들어가 언뜻 칼국수와 비슷한 국물 맛이 난다. 달걀이 들어가 있어 국물은 조금 탁한 편이다. 김치는 묵은지와 깍두기가 나오는데 맛은 평이한 수준이다. 특이한 점은 찬으로 장조림이 나온다는 것이다. 부족한 단백질은 장조림으로 보충하면 된다.
<삼백집>에서는 국밥에 넣어준 달걀 외에 수란 하나를 더 내준다. 6000원 가격에 달걀 두개가 포함돼 든든한 식사가 가능하다. 쌀밥의 품질이 뛰어나고 콩나물 또한 매우 신선하다. 참깨, 참기름, 달걀, 고춧가루가 들어가 있어 복합적인 맛이 느껴지는 <삼백집>은 특색 있는 콩나물국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2길 22 전화 (063)284-2227
대한민국 최고라는 콩나물국밥의 명가 <현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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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3대 콩나물국밥집 중 가장 이름난 곳은 <현대옥>이다. 타지방에 살더라도 <현대옥>이라는 이름은 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현대옥> 본점은 웅장한 2층짜리 단독 건물이다. 실내는 화사하고 식물이 많아 카페 같은 느낌을 준다. <현대옥> 본점은 <왱이집>, <삼백집>과 다르게 메뉴 가짓수가 매우 많다. 메뉴판도 책자처럼 만들어져 그 속에 현대옥의 모든 역사와 이야기를 담았다. 콩나물국밥(6000원)을 시키면 말아내는 방식의 국밥이 나온다. 수란과 삶은 달걀이 하나씩 제공되는데 수란에는 들기름이 뿌려져 있어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 국물은 마늘향이 강하며 염도는 세 곳 중 가장 약하다.
<현대옥> 국물의 특징은 큼지막하게 다진 마늘과 고추가 듬뿍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빻아 올린 듯 마늘 숨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 마늘, 고추, 굵은 고춧가루가 특유의 칼칼한 맛을 만든다. <현대옥>은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제공한다. 잡곡밥은 현미, 보리, 흑미로 이루어졌으며 다른 곳과 밥으로 차별점을 뒀다.
또 다른 특징은 셀프 반찬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찬으로는 갈치속젓, 낙지젓과 같은 젓갈류가 있는데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그것 또한 별미다. 자체적으로 제조한 김, 신선한 식재료 등에서 손님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가장 젊은 취향의 콩나물국밥을 선보이는 <현대옥>에서는 보다 세련되고 정갈한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화산천변2길 5 전화 (063)228-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