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를 배우는 시간은 12시부터지만, 30분 전에 먼저 만나서 차를 마시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 여는 시간을 가진다. 테이블에 포도와 복숭아 등 여름 과일과 떡이 한 상 가득 푸짐했다. 카메라로 회원들 모습을 담자, 예쁘게 찍어달라고 하시며 오늘은 마을기자님이 오신다고 더 예쁘게 꾸미고 옷도 입고 왔다며 깔깔깔 웃는 모습에서 삶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행복해 보였다.
12시가 되니 강사선생님이 장구와 북, 징, 꽹과리를 준비했고, 회원들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 장구를 치는 소리를 듣는 데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경상도 시골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정월 대보름 생각이 났다. 정월 대보름, 음력 새해의 첫 보름날.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는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해 농사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며 집집마다 오곡밥과 나물을 해먹었다.
마을과 가정의 안녕, 농사의 풍작을 위해 각 가정의 지신(마당 등)을 밟는 지신밟기 놀이를 하며, 하루 종일 온 마을에 징, 장구, 꽹과리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어른들을 따라서 민속놀이를 즐겼던 기억, 새싹장구동아리 회원들의 장구소리를 들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새싹장구동아리 송미숙 회원은 중랑구 면목동 겸재교 삼거리에 살다가 천호동으로 이사를 했지만, 중랑구가 고향처럼 편안해서 자주 들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림시장 옆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장구소리를 듣고 인연이 되어 새싹장구동아리 회원이 되었다.
“장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머니께서 민속놀이와 민요에 재주가 많아서 동네잔치가 열리면 많이 불려다녔어요. 장구를 배우면서 제가 어머니의 재주를 물려 받았다는 것을 느껴요.” - 송미숙 회원
강사선생님이 장구를 치며 먼저 선창을 하면 회원들이 같이 합창을 하면서 배우는데 때로 누가 실수라도 하면 깔깔깔 웃으며 배우는 모습이 학창시절 소녀같았다. 조금 틀려도 즐기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몇 달 전에는 노인정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는데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어서 10월 말에는 공연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쿵더덕 쿵덕~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열쇠 없어 못 열겠네~얼쑤~ 지화자 좋다~ 절쑤~ 지화자 좋다~” 추임새를 넣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장구를 치고 꽹과리를 치고 북을 두들기고 징을 쳤다.
새싹장구동아리 회원들이 노인정에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면서 어르신들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장구를 치고 우리 민요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중랑구에 장구를 연주하면서 우리 민요를 노래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내 고향 같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새싹장구동아리.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며 많은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