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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실의 차 생활
ㅡ 古 松
향을 사룬다
여여실(如如室)에 들면 먼저 조식(調息)을 하며 마음을 가지런히 한다
차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음다(飮茶)할 차를 택한다
맛과 탕색과 기운이 서로
다르다 보니 신중하게 차를
제접한다
새벽에는 맑은 [백차] 종류
식후에는 가벼운 [우롱차]를
밤이 들면 [푸얼차]를 위주로 마시게 된다
비가 오시는 날이면 향이 짙은 봉황단총(鳳凰單總)이나 [얼그레이]의 홍차를 접한다
맛과 향에서는 으뜸가는 차가
이름은 괴상하게도 압시향
(鴨屎香 ) 즉 [오리의 똥] 냄새 라는 명칭을 가진 봉황차
짙은 노란빛에다 맛은 달고 꽃향이 나는 우롱차 중에서도 뛰어난 밀향의 차다
금준미 홍차도 진품의 단맛은 좋아한다
세월을 더하고 곱하다 보니
지금은 귀하신 몸이 되어버린
호급(號及)이나 인(印)급의 희귀한 푸얼차를 소량이나마 소장하게 되었는데
너무 고가여서 음다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차가 되었다
특별한 날에나 차호를 열어서
중후한 장향(樟香)과 밀향
(蜜香)을 일심동체(一心同 體)가 되어 음미(飮味)한다
몸 값을 하느라고 깊은 잠을 재우며 七十년 넘게 기다려준 은혜에 맛과 향과 기운(茶氣) 을 베풀어 준다
잊혀지지않는 기억 속의 첫사랑처럼 하루 하루를 지내는 동안
차의 덕목(德目)은 나의 동반자가 된다
큰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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