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개요
ㅇ 언 제 : 2021. 5. 23(일)
ㅇ 누 가 : ‘그그들’ 7명
ㅇ 어 디 : 보령나들이 / 충남 보령시 남포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
ㅇ 여 정 : 버섯요리 – 무창포 - 죽도 – 대천(콘도 – 해수욕장) – 전복요리
나들이여정(앨범)
5월 나들이
’그그들‘ 좌장(座長)이신 장형님 생신(86회)을 맞아 만세보령(萬歲保寧) 나들이에 나섭니다.
표고버섯 요리로 유명한 무량사 앞 ‘광명식당’에 점심을 주문했습니다.
설마 했더니 역시 가격이 올랐는데요, 예전에 반했던 버섯요리에 대한 기대로 꾹 참습니다.
테이블에 차려진 시원한 동치미를 비롯한 알찬 밑반찬들이 입맛을 돋워줍니다.
우선 버섯파전에 동동주부터 한잔씩 -.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바삭 고소한 표고파전의 부드러운 목 넘김에 모두들 황홀해집니다.
표고버섯가루를 더해 만든 3가지 묵이 식욕을 자극해주더니, 이어 다양한 채소들을 보글보글 끓인 뚝배기 된장찌개가
구수한 내음을 풍깁니다.
가지런히 올린 채소(고사리, 콩나물, 표고버섯, 당근 등)들을 젓가락으로 비비니 나물특유의 진한 향취가 확~!
초라한 외관에 비해 숨은 내공이 돋보이는 무량사 앞 버섯비빔밥집입니다.
한 그릇 뚝딱해치운 노인네들의 표정에서 행복감을 봅니다. ^^
무량사
바로 옆에 있는 만수산(萬壽山) 무량사(無量寺)에 들렸다가잡니다.
일주문을 지나 고즈넉한 고찰로 들어섭니다.
경내의 울긋불긋 치장한 보물 3점(극락전/356호, 5층 석탑/185호, 석등/233호)이 마중합니다.
2층처럼 보이는 극락전 내부 불단에 계신 ‘소조아미타삼존불상’도 친견합니다.
조선중기의 건축양식을 잘 반영했다는데, 현존하는 중층불전 중 극락전만큼 전정(前庭)의 석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도 드물다죠.
조선 세조시절 생육신이었던 ‘김시습’이 세속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다가 죽은 곳으로 유명한 절인데, 늘 봐도 아름답습니다.
광명문을 나서면서 한량없는 광명을 상징하는 무량한 목숨이 무량수(無量壽)이면서 만수(萬壽)라는 말을 새깁니다.
무창포해수욕장
서해안으로 내달려 ‘무창포해수욕장’부터 들립니다.
1928년도에 서해안 최초로 개장되었다는데, 글쎄 인근 대천해수욕장보다 빠를까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과 황홀한 낙조풍경으로 입소문이 난 곳입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직도 숙제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ㅎ
해변관광열차(^^)가 애들을 꼬드겨 잔뜩 태우고는 해변도로를 달리네요.
축제가 많이 열리기로 유명한 곳인데, 이곳도 코로나여파를 피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휴일을 맞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파킹하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어 처리하고는, 애써 우울한 표정을 감추며 다시 움직입니다. ㅎ
죽도(상화원)
'대섬'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보령 남포방조제에 붙어있는 ‘죽도(竹島)‘입니다.
보령시 남포면 월전마을 해안에서 10여리 떨어져있는데요, 섬 둘레가 1.8km쯤 됩니다.
가끔 횟집 찾아 들렸던 곳이지만, '상화원(尙和園)'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을 이용하여 만든 한국식 정원이라는데요, 조화(造化)를 숭상(崇尙)한다는 의미가 담겼다죠.
개인소유라서 입장료를 6,000원(경로 4,000원)이나 받아먹지만, 커피 한잔과 전통 떡 한쪽이 포함되어있으니 봐줍니다. ㅎ
고려 말 경기도 화성관아에서 연회를 베풀 때 쓰던 ‘의곡당’은 2004년 이곳으로 이건(移建)했다는데, 코로나로 닫았네요.
섬 언덕을 둘러싸며 바닷가로 이어지는 약 1km의 회랑(回廊)은 세계에서 가장 길답니다.
파도소리 들으며 나무향기 그윽한 바닷길 산책로 따라 걷습니다.
커피 한잔 놓고, 길게 수다도 떱니다. ㅎ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위에 그대로 집을 얹었다는 한옥도 아름답네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연스럽게 지붕을 뚫고 하늘로 솟구친 풍경도 특이합니다.
바다 건너 무창포해수욕장이 손에 잡힐 듯하고, 해무가 옅게 드리운 석대도 모습도 신비합니다.
늙은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 좋은 곳입니다.
대천콘도
일정이 바꾸는 통에 시간이 남는지라 몇 번 숙박했던 국군휴양소인 ‘대천콘도’도 들립니다.
어렸을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때 그 동무들은 다 어디에서서 무얼 하는지~?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도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도종환’/저녁 무렵)
대천해수욕장
내 고향 ‘대천해수욕장’입니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으나 예까지 왔으니 한턱 쏘시겠다는 장형님의 간곡한(^^) 소원을 풀어드리려 저녁시간을 맞추기 위해
들렸습니다. ㅎ
지금이야 옛날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어릴 적 꿈을 키우던 추억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끄러미 해변을 바라보면서 잠시 멍 때립니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오월 중에서)
장형님 생신축하
전복요리 전문점 ‘전돌이와 복돌이’집구석에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깁니다.
“장형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늘 강건하셔서 ‘그그들’의 좌장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주셔요”
술을 권하지 않는 철칙(^^)까지 어겨가며, 모두 한잔씩 올렸습니다.
[환갑이 넘으면 남의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허망하게 죽은 젊은이와 한 몸이 되어 황혼 길을 걷는다.
다시 맞은 봄으로 사랑을 불태우기도 한다.
팔순이 지나면 남의 나이를 모신다고 한다.
기저귀 차고 떠난 젖먹이와 둥개둥개 한 몸이 된다.
때도 없이 어리광 부리고, 떼쓰기와 삐치기와 사탕을 좋아한다.
아예 똥오줌도 못 가리는 갓난아기로 돌아간다.
그래서 영혼은 모두 다 동갑내기 벗이 된다] (‘이정록’/남의 나이)
남의 나이란 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를 이르는 말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 이젠 팔순 즈음을 일컬을지도 모릅니다.
흔히 늙으면 너무 오래 산다며 나이를 구부려서 말하기도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며 모든 이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허나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겠죠.
장수하고픈 기대와는 달리 서둘러 떠나는 이들이 있습니다.
황망하게 이승의 끈을 놓친 이들이 가끔은 그립지만, 세월은 잘도 갑니다.
에필로그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5월 -.
어머니를 생각하니 또 목젖이 뜨거워집니다.
약속과 다짐은 미루면 후회하게 마련인데요, 그 가운데 어머니가 계십니다.
누구나 세상을 떠나듯,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세상 저편에 있습니다.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숙제였기에, 붙들고 후회하고 또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없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한 채도 아직 마음속 깊은 곳에 조용히 남아있습니다.
그곳에 그리운 이들이 사실 것입니다.
늙어가는 길 위에 서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니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야할 길입니다.
그러나 즐겁게 가야겠죠.
오늘 하루도 행복했습니다.
월욜(5. 24)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