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해마다 한 살씩 공짜로 얻은 나이를, 무슨
벼슬이나
되는 양 “나, 나이
먹었으니 대접 좀 해줘!”하곤 합니다.
머리염색이나 피부관리로 나이를 숨기려 애쓰는 걸 보면, 사실은
그것이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지요.
나이는 숫자 어쩌고 주접 떠는 사람도, 사실은 나이를 부정하고
싶을 뿐입니다.
어쨌거나 나이도 값으로 따져 “나잇값’을 매기자면, 그 내재가치에 따라 혹은
희소가치에 따라 값이 오르내리기도 하지요.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지식인데다, 숫자도 매우 적었으니
지식가치에다 희소가치까지 더하여 값이 매우 높았습니다.
지금의 노인은, 초등학생보다 못한 지식수준에다, 수명이 길어져 희소가치마저
없어졌으니 값이 폭락할 수 밖에 없지요.
그나마 남은 나잇값은, 살아오면서 치열하게 쌓은 내공(內功)의 값뿐입니다.
굴곡진 일을 수없이 겪으면서, 포기할 줄 알고 욕심을 다스릴
줄도 알게 되면서
언행이 많이 부드러워진 바로 그 내공 말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백화점에 진열된 옷 가격표처럼 나의 내공의 깊이가, 나의 나잇값이, 그 동안의
나의 언행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니 말이지요!
하기야 김성환의 노랫말처럼
“돌아본
인생 부끄러워도 지울 수 없으니, 나머지 인생이나 잘 해봐야지.”
몇 푼 되지는 않지만 내공으로 쌓은 나잇값, 그거라도 제대로
하면서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