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엔 멀티 도마세트를 사느냐 마느냐로 몇 시간을 고민했다. 4종에 65000원. 그런데 검색을 하면 비슷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종류가 너무도 많고 가격대도 너무도 다양하다. 정말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 옥션에서 멀티 도마세트를 사용한 구매후기를 보니 도마에 칼자국이 많이 난다, 그리고 식재가 도마에서 잘 미끄러져 자칫 했다간 다칠 수도 있겠다는 등의 글들로 가까스로 구매욕을 억눌렀다.
회사 아줌마들에게 물었더니 절대 사지 말란다. 그런 거 못 쓴단다. 하지만 너무 이쁘다. 헤헤이, 도마 이뻐서 뭐 할 건데? 돈만 날리지 말고 내 말대로 해란다. 말대로 대형마트에서 가볍게 실리콘 도마를 16000원에 하나 샀다. 써보니 생각보다 너무 좋다. 집에서 쓰던 나무도마는 김치국물 자국이 완전 배어버렸는데 실리콘 이 놈은 그럴 염려도 덜었다.
대신에 국수냄비를 샀다. 국수나 파스타 등을 끓일 때 이제 좀 편하게 됐다. 종전엔 뜨거운 물을 버릴 때 아주 불편했었는데 이젠 한시름 덜게 됐다.
성시경 신동엽이 진행하는 요리 프로 [오늘은 뭐 먹지?]에 샘킴이 나와 냄비 기구를 들 때 발견! 에게? 내가 산 거랑 모양이 다르네? 왜 이제야 발견? 저걸 샀어야 하는데. 좀더 잘 찾아볼걸 그랬구만. 물리도! 할 수도 없고.....
홈플러스에서 산 주방장갑.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무슨 용접하자는 거임? 뭐야 이게?
포라트에서 나온 장갑. 진짜 귀엽다......사고싶은데 너무 비싸서 포기.
나름대로 색깔이 진보라 종편이라는 편견에 매몰돼 있어도 시선을 끄는 프로를 사갈시하기는 힘들다. 그중 월요일에 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앞으로 내가 자주 보게 될 프로 같다. 지금까지 12~13회 정도를 했어도 제대로 진득하니 뚝심을 가지고 시청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다운받아 전체를 쭉 한번 봐야 직성이 풀리겠는걸? 다들 개성들이 있지만 셰프라고 나온 인물 중 김풍과 샘킴이 재미가 있다. 김풍은 원래 만화가라 요리를 잘하든 못 하든 별 이의가 없는데 샘킴은 좀 뜨아하다. 이 사람이 mbc에서 절찬했던 드라마 [파스타]의 진짜 모델이라던데 강단 있게 한 칼 하던 극중 셰프를 생각하면 너무 오버랩 되기 힘든 캐릭터다.
몇 회인지는 몰라도 김풍과 샘킴이 모델 이현이의 냉장고로 토너먼트를 벌인 적이 있다.
이현이의 꺼뻑 넘어가던 시식장면을 보고 이거다 싶어 한번 만들어보았다. 그런데 맛이 없다. 뒷통수 한 대 맞은 느낌이 드는 건 왜지? 뭘 빠뜨린 걸까? 내가 '제대로' 만들지 못 한 탓인가? 아닌데, 그대로 따라 했는데 왜 맛이 요따구임? 패쓰~~
식재가 어이를 상실한 걸로.....
내 작품!!
김풍이 했던 요리가 자투리타타다. 맛이 없어 실망했는데 다음에 또 만들게 되는 건 뭐지? 이유는...... 내 미각의 어떤 숨은 본능이 나를 자극하는 건지 모르겠다. ㅜㅜ; 이현이 정도는 아니라도 맛이 나름 있는 모양이다. 입으론 맛이 없다면서 또 만들게 되는 이유는 뭐냐고요? 오늘 저녁이 자투리타타였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대한 소회들이 매우 많다. 제대로 본 것도 없으면서 진행자 포함 출연진, 진행자&셰프까지 하고픈 말들이 너무 많다. 진행자 김성주는 패쓰! 정형돈은 10년 전 '웃기는 거 빼고 다 잘 한다'는 소릴 듣던 친구였는바 요즘 정형돈을 보니 과거의 향기를 느낄 수가 없다. 과거 그는 개콘 같은 컨셉트에선 강점을 보였으나 무한도전처럼 에드립과 임기응변을 요하는 프로에선 냉장고처럼 어는점이 있었다. 특히 하하와의 역 케미는 싸~한 펭귄들 많이도 양산..... 그러던 그, 10년을 그냥 보낸 게 아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섭렵하며 드리블도 많이 늘었고 슛도 많이 늘었다. 이젠 웃기는 거만 잘하고 나머지는 다 못 하는 거 같애.
이젠 그냥 막 던진다. 막 던져도 슛이 되고 골인도 되는 느낌이다. 혹자들은 막장예능이라고까지 얘기할 정도.
썰을 풀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렇게 하고픈 말이 많은 이유가 있다면.....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행복할 때가 있을까? 인간이 누리는 행복 중 과연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가 있겠는가. 나름 쬐~끔 음식을 만들어봤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와 [오늘 뭐 먹지?]를 보면 난 그저 새 발의 피란 생각을 감추기 힘들다. 선수들의 조리들을 보면 '저게 진짜 음식이지' 싶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 초대된 김민준(부산싸니이!)은 정말 남자였다. 남자가 봐도 민준은 너무 멋있었다. 남자라면 할 수 있는 다양한 레저와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다. 그리고 디제잉까지 한다네?
그런데 혼자 사는 남자 냉장고에 어떻게 저런 다양한 식자재가 들어있는 건지 놀라게 만든다. 설정이겠지 그런 의심도 가지만 패쓰~. 너무 의심하지 말자고. 그냥 보고 즐기자고요. 참고로 김 배우는 퓨전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단다.
민준 왈, 본 프로에 출연한 계기는 이제 할 만큼 했기에(?) 먹거리가 답보상태라는 것이다. 10여년이 넘는 자취생활 동안 이젠 식상하지 않은 요리를 해먹고 싶다는 토로다. 새로운 신선한 요리를 셰프들에게 제안 받고 싶은 의도가 좀 깔려 있다고 했다.
본 프로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가 있다면 바로 여기!
초대된 손님(당근 연예인이겠지?)의 집 냉장고를 직접 방송국 녹화장으로 모셔와 개봉하여 거기에 담긴 식재료들로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설정이다. 아시겠죠?
이번 주엔 한국말 잘 하는 미카엘이란 셰프와 샘킴, 그리고 6성 셰프 홍석천 대 이원일의 구도였다. 홍 셰프가 데리고 온 이원일 새내기 셰프. 그간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상태였는데 이번에 6성 셰프 탑게이 홍석천을 상대로 제대로 한 건 터트렸다. 냉장고 주인은 '어떻게 저런 재료에서 저런 요리가 나오지? 상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요리'라 했다.
꼭 스포츠나 생방송만 변수가 있으란 법이 있나. 냉장고 배틀도 변수가 많다. 똑같은 칼인데 미카엘의 칼은 슥슥슥 잘도 썰지만 샘킴의 칼은 식자재(당근)를 깨부수듯 썬다. 뿐 아니라 미카엘의 가스렌지는 화력이 제대로인 반면 샘킴의 가스렌지는 화력이 약해 주어진 시간 안에 고기를 제대로 굽기나 할까 의심하게 만들었다.
뿐 아니라 초장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미카엘의 현란한 손놀림!
진행자, 셰프 포함 좌중이 미카엘의 조리에 쉼없이 탄성이 터져나왔다. 해보나마나 한 게임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번 미카엘/샘킴 전만 그랬던 건 아니다. 보다보면 매회 매 배틀이 반전 내지 역전을 연출한다. 혹시 연출 아님? 그런 의심이 들게 만든다.
악마의 편집인지 편집의 악마인지 몰라도 어쩜 이렇게도 드라마틱한지 모른다. 미카엘은 초장부터 기선을 완전 제압하고 나섰다. 누가 봐도 그는 기가 막힌 음식을 15분 만에 조리했다. 거기에 반해 샘킴은 가스렌지 불 등 여러 난관에 맞닥뜨리며 조리시간 15분을 너저분하게 끝냈다. 그런데 시식을 하게 된 민준의 결과는 샘킴이었다.
※개인적으로 리허설을 미리 하는가, 그런 의뭉이 항상 도사리는바 이유가 아무런 설정없이 15분의 요리가 저렇게 근사할 수가 있냐는 거지. 그러니까 단순하게도 맛난 즉석 요리가 아니라 상당한 내공이 녹은 요리라는 뜻이다. 이런 프로를 기획한 자들은 꽤나 인센티브가 있겠지? 케이블이나 종편을 편하게 보던 지상파들도 이런 [히든 싱어]나 [냉장고] 같은 프로에 아주 큰 자극과 영향을 받게 된다.
첫댓글 모임 참석하면 좋지 말입니다.
이게 댓글임? 정영?
그렇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