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고 학생들, 경천사지 십층석탑에서 미래가치를 발명하다
- 장주영 교사, ‘리버스 발명창업반’ 운영…700년 문화유산을 지식재산과 문화콘텐츠로 확장
-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발명·산업·문화·평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교육 실험https://www.news1004.net/news/articleView.html?idxno=6493
충남고 학생들, 경천사지 십층석탑에서 미래가치를 발명하다
- 장주영 교사, ‘리버스 발명창업반’ 운영…700년 문화유산을 지식재산과 문화콘텐츠로 확장
-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발명·산업·문화·평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교육 실험
7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충남고등학교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새로운 미래가치로 재탄생하고 있다.
충남고등학교 장주영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국보 제86호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문화유산을 교육과 발명, 지식재산, 문화콘텐츠로 확장하는 ‘리버스(Reverse) 발명창업반’을 운영하고 있다.
‘리버스 발명’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대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명한다는 의미다.
장 교사는 학기 초 수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소재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탑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10층일까?”, “탑에는 어떤 이야기가 새겨져 있을까?”, “700년 동안 이 탑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탑의 미래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었다.
마지막에는 “경천(敬天)의 뜻을 오늘의 삶으로 확장한다면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질문을 시작하면서 박물관에 전시된 석탑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서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348년 고려시대 개성 경천사에 세워진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목조건축 양식을 반영한 독창적인 구조와 섬세한 조각이 특징이다. 부처와 보살, 인물과 용 등의 조각뿐 아니라 서유기의 장면까지 새겨져 있어 고려시대의 문화와 종교, 국제적인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학생들은 이 탑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1907년 일본에 의해 반출됐던 아픈 역사와 1918년 경복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이후 복원과 보존에 이르기까지 700년의 시간을 함께 탐구했다.
장 교사는 학생들이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통해 고려시대의 문화뿐 아니라 문화재 약탈과 역사적 단절, 그리고 회복의 의미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수업을 확장했다.
특히 학생들은 “왜 우리 탑의 이야기를 담은 상품은 없을까?”, “왜 탑의 서사를 지식재산으로 확장할 수 없을까?”, “왜 문화유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연결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러한 질문은 실제 아이디어와 발명으로 발전했다.
학생들은 탑의 형태와 구조, 역사적 배경을 관찰하고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융합하는 STEAM 방식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했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체적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소재로 한 지식재산 플랫폼 ‘IDEA 1000’이다.
‘IDEA 1000’은 단순한 문화상품 개발을 넘어 탑 굿즈와 출판, 교육, 공연, 영상, 디지털 콘텐츠 등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발전시키는 문화유산 IP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힐링 무드등’ 역시 그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다.
장 교사는 “중요한 것은 하나의 상품을 완성하는 데 있지 않다”며 “하나의 탑에서 새로운 가치를 상상하고, 그 가치를 실제 사회적 가치로 연결해보는 경험 자체가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이 된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의 질문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오늘의 사회와 연결하면서 ‘평화’라는 새로운 가치에도 주목했다.
개성에 세워졌던 경천사지 십층석탑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은 “이 탑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다시 연결할 수 있을까?”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장 교사는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왜 통일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본다.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아픔을 단순한 당위만으로 설명하기보다 문화유산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경천, 평화를 문화로 답하다’라는 사회적 학교협동조합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1000개의 문화유산 콘텐츠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문화적 소통의 언어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학교에서 시작된 질문을 지역사회와 문화행사, 나아가 국제사회까지 확장해 문화유산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주영 교사는 “통일은 단순히 영토를 하나로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단절된 역사와 문화를 다시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라며 “문화유산이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고 학생들의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문화유산을 과거에 머무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미래산업과 교육, 문화, 평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질문에서 출발한 학생들의 생각은 발명으로 이어지고, 발명은 지식재산과 산업으로 확장되며, 다시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장 교사는 “박물관에 보존된 700년의 역사를 미래의 가치로 뒤집어 깨우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리버스 발명’”이라며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는 것 역시 위대한 발명”이라고 강조했다.
700년 전 고려의 한 석탑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질문은 이제 미래를 향하고 있다.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 것인가.”
충남고 ‘리버스 발명창업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새로운 창업과 문화,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새로운 미래가치로 전환하려는 청소년들의 도전이 어떤 문화콘텐츠와 사회적 가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