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 - (2006) 4집-기억과 상상 11. 토막말 (정양 시, 이지상 작곡)
토막말
- 정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 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 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바다
저만치서 무심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린다.
얼음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 치며 새겨 읽는다.
<가사>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
대문짝만한 큼직한 글자엔
시리디 시린 통증이 몸에 감긴다.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씨벌"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그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 무식한 밀물이 밀려 오고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면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카페 게시글
별자리 게시판
정양 시인의 시 '토막말'로 만든 노래
별자리
추천 0
조회 28
25.03.06 11:33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를
잘 경청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