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서병수 부산시장이 잘못하고 있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개발업자의 욕망 앞에 난개발의 위기에 처해 있고, 서 시장은 침묵 속에서 방조하고 있다. '폐선부지를 상업개발하지 않고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공약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은 것 아니겠는가? 예산이 부족해서 공약을 파기하는 경우를 우리는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공약 파기의 성격이 다르다. 폐선부지 상업개발을 반대한다는 공약의 파기는 곧바로 개발업자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철도시설공단과 민간사업자의 상업개발 계획의 핵심은 레일바이크의 설치와 송정역 구내의 복합개발이다. 해운대역 구내 개발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앞으로 복합개발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포~송정(4.8㎞) 구간에 왕복으로 달리는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는 계획은 좋은 계획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철길을 밟으면서 걷지 못한다. 천혜의 해안 절벽에 기둥을 세워 덱을 만들고 그 위를 걷게 할 모양이다. 레일바이크가 철길 위를 달리는 폐선부지, 그 옆으로 난 산책길을 지나는 우리들 마음의 풍경은 어떠할까? 폐선부지는 더는 자연친화적인 치유의 공간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철길 위를 걷고 싶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 때부터 기획되고 추진된 폐선부지 상업개발은 부산시민을 우롱하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지난 6년간 시민을 속여왔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전 구간(11.3㎞)을 부산시민을 위해 산책길 공원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철도공단이 미포~송정 구간과 송정역 해운대역의 상업개발을 강력히 원해 시가 이를 막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폐선부지 상업개발을 시가 철도공단에 먼저 제안한 사실이 언론에 드러났다. 두 기관이 맺은 협약서와 부속서를 보면 참담하다. 상업개발을 통해 개발업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로 밝혀야 하는 내용이다.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에는 지역언론사 두 곳이 들어가 있다. 언론이 개발업자로 변신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잘못된 개발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사명일 터인데, 지역언론은 어쩌자고 이런 일에 발을 담근 것인가? 언론이 개발업자로 나서 개발을 홍보하는 기사와 사설을 내는 것은 정말 딱한 노릇이다. 두 언론사의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지역언론 전체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시민들은 물을 것이다. 언론이 개발업자의 동조자인가 아니면 개발업자 그 자체인가?
상황이 어려워도 해결책은 있다. 폐선부지 무상사용을 통한 시민공원화다. 서 시장이 민자 상업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철도공단과 협약을 다시 맺으면 된다. 철도공단이 주저할 수 있겠지만 결국 부산시장에게 달려 있다. 언제나 공적인 이익은 사적인 이익에 앞서야 하는 법이다. 철도공단과 협의하면 무상사용이 가능하다. 서 시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