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땅을 시나브로 녹이며 파아란 새싹이 포기포기 돋아납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순이 고개를 내밀고 새순과 더불어 빨간 꽃 노란 꽃 하얀 꽃 보랏빛 꽃잎이 앞다투어 피어나곤 합니다 동백 진달래 벚꽃 라일락 목련 향기가 산소Oxygen에 실려 와 코 끝을 자극합니다 이들을 보며 이는 느낌은 자연이니까 계절이 오면 그냥 돋고 핀다고 생각합니다
철따라 바뀌는 것은 으레 자연스럽습니다 그리하여 예쁜 모양을 자랑하고 색색이 고운 빛깔은 뽐내지만 이는 결코 그냥 봄 꽃 향기가 아닙니다 이는 그들이 추위를 따스함으로 바꿔가며 지표를 뚫고 새싹을 솟구쳐올리고 나무의 표피를 찢고 피어나면서 흘린 엄청난 산고의 땀내이기에 향기로운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온통 다 보여주고파 용수철처럼 튀어올랐기에 봄View이며 봄철Sprin time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보여주는 행위도 튀어오르는 행위에도 산고産苦는 있습니다
여름 ㅡ
언 땅을 녹이며 가르며 솟구치는 새싹이 나는 봄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이는 '새로움'에서 느끼는 현상일 뿐입니다 한여름에는 더 많은 싹이 돋고 더 많은 잎새가 피고 더 많은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여름을 썸머Summer라 하지요 '메뚜기도 유월(음력)이 한창이다'라 하듯이 여름이야말로 한창Summer입니다
여름은 날씨가 무더운 까닭에 기온만이 아니라 습도마저 후텁지근합니다 모든 사물은 웃통을 열어젖힙니다 땅을 열고 늪을 열고 물길을 열고 아찔한 높이에서 폭포로 제 자신을 드러냅니다 털을 벗고 허물을 벗고 몸집을 키웁니다 사람들은 긴팔을 벗고 땀샘을 엽니다 마음까지 다 열어젖히기에 여름(=엶)입니다
끊임없이 열매가 맺기에 '여름'입니다 이처럼 풀과 나무가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열매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키워나가는 게 꽃을 피우고 잎새를 피우는 봄의 산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봄이 아기를 낳는 아픔이라면 여름은 자녀를 키우고 기르치는 어려움이지요
오죽하면 대들보를 썸머라 했겠으며 주춧돌을 썸머라 했겠으며 상인방上引枋돌을 썸머라 했겠습니까 모든 계절의 주춧돌foundation stone이며 상인방의 구조abreastsummer며 삶의 대들보Girder/pillar인 까닭입니다 그러니 속의 창자까지 다 열고 마음까지 다 여는 아픔을 거치지 않은 채 Open의 계절 '여름'을 지낼 수 있겠습니까
가을 ㅡ
바야흐로 가을秋입니다 양력 8월도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부터는 9월의 시작입니다 혹독한 더위마저 품어안았던 '팔만사천 좋은 달'이 '구비구비 좋은 달'로 바통을 넘기는 순간이 오늘과 내일이 만나는 오늘 밤 자정입니다 삶의 구비구비마다 좋은 일만 있으라고~ '구비구비 좋은 달'이 계주a relay racer로서 달리기 선에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삶이란 '이어달리기'입니다 릴레이며 치열한 레이스의 경쟁입니다 어제의 삶을 이어 오늘을 달리고 8월의 삶을 이어 9월을 달리고 여름의 삶에 이어 가을을 달리고 앞서 이미 지나過 간去 시간에 이어 나타나現 감관에 느껴지는在 시간을 달리며 아직 오지來 않은未 시간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옛을 부정하고 무조건 다 바꾸는 것도 좋으나 '법고창신法古創신新'이 더욱 좋습니다 앞 정부를 깡그리 무시하기보다 좋은 점은 이어 받고 고칠 것은 고치는 이른 바 '온고지신溫古知新'입니다 나 개인의 시간적 이어달리기가 중요하지만 가정과 회사와 국가의 이어달리기는 더욱 중요합니다 여야를 떠나 계주 자격이 중요하겠지요
자녀를 낳아 가르치고 기름이 계절로 보아 봄이요 여름이라 한다면 가을은 짝을 지어 결혼을 시키고 가정을 꾸리게끔 돕는 계절이라 할 것입니다 옛 아동 교과서《소학小學》에서도 부모의 의무는 자녀의 결혼까지라 합니다 기르고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짝을 지어줌까지 해야 끝이 납니다 이 점이 바로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지요
따라서 가을은 떨어짐落의 계절입니다 가을은 움직씨 '가다'의 그림움직씨 '갈'입니다 온갖 생명있는 것들이 땅으로 되돌아가고 겨울로 돌아갈 것이라 해서 '갈'입니다 낙하와 추락과 떨어짐입니다 서리가 내리고 잎이 지고 꽃이 집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녀를 독립시켜 부모로부터 떨구어내는 계절이기에 폴Fall입니다 교향굑Symphony은 4막으로 짜여 있습니다 이는 오페라Opera歌劇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4막 가운데 봄 여름의 막이 내리고 가을 겨울의 후반기 막이 이어받는 계절입니다 봄 여름처럼 성장의 막이 아니라 다가오는 생의 봄과 여름의 밑거름 준비입니다
겨울 ㅡ
겨울을 강원도에서는 '저울'이라 하고 겨우살이를 저우살이라 이름하곤 합니다 저울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 도구지요 물건을 달 때 평형平衡 이룸을 추구합니다 나는 윈윈win-win을 생각할 때마다 전혀 상관이 없는 겨울Winter을 떠올립니다 기울지 않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로 잘 살자는 것이 '윈윈' 아니겠습니까
내가 가진 전봇대 약점은 철저하게 숨기고 상대방 이쑤시개 약점만을 캐내는 여야 정치인들의 볼썽사나운 으르렁거림이 아니라 마음을 한 데 모은 경주 발 묶어 달리기처럼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함으로 돌아오는 한 마음 양보의 계절이 곧 '저울/겨울'입니다
아무튼 겨울은 움츠림Wince의 계절이고 위축의 계절이며 절제의 계절입니다 바람Wind이 많이 부는 철이라 따뜻한 셔츠/스커트/파자마 등에 쓰이는 질긴 면모綿毛 혼방직물winsey이 필요한 때입니다 따라서 겨울은 나의 움츠림을 통해 남의 움츠림을 생각해내는 사랑의 계절입니다 남의 추위를 보듬는 성자 지장보살의 계절입니다
잔소리 ㅡ
출산과 성장의 고통과 아픔 가르침과 짝지움의 배려 비록 부모와 자녀가 독립했다지만 끊없이 서로를 사랑으로 이어가는 계주처럼 8월을 마지막으로 보내며 생각에 젖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계절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로터리와 같고 세계적인 관광지/명소와 다름이 없고 국제공항 면세점과 비슷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거기 가면 다 만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