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 국산 승용차 신차등록대수는 71만 6,420대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통계자료에 의하면 총 55개 차종이 신차로 등록됐고, 평균 등록대수는 1만 3,017대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위권 차종들은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며 부진을 거듭했다. 올해 상반기 꼴찌를 다툰 신차등록대수 하위 10개 차종을 소개해본다.
대망의 최하위 1위 차종은 쉐보레 볼트다. 다른 하이브리드 차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볼트 한 대 가격이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하위등급과 모닝 하위등급 두 대를 같이 구매해도 남을 정도다.
하위 2위를 차지한 현대 벨로스터는 매월 하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터줏대감이다. 완전변경 모델 출시가 임박한 시기지만 또다시 비대칭 도어가 적용된다는 소문에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신형이 등장하면 하위권에서 잠시나마 이름이 사라지겠지만,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다시금 하위 TOP10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PYL의 대장격인 현대 i40는 하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왜건 124대, 세단 31대로 총 155대 등록에 그쳤다. 국내 브랜드 중 유일하게 왜건을 판매하는 현대차에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왜건을 기피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상 i40가 하위권을 벗어날 일은 없어 보인다. 쏘나타보다 작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i40 세단 또한 마찬가지다.
쉐보레 볼트 EV는 4위에 오르긴 했지만 다른 차종들과 달리 물량부족 때문에 없어서 못 파는 차종이다. 쉐보레에서 원활한 물량공급에 힘쓴다면 얼마든지 하위권을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볼트 EV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지만 몇 달을 기다려야 인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차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쉐보레 카마로는 6.2리터 대배기량 엔진에 455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스포츠 쿠페다. 이런 카마로가 5,000만원 조금 넘는 가격표를 달고 출시됐을 땐 훌륭한 가격경쟁력 덕분에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신차효과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고배기량에 따른 높은 세금과 스포츠카 할증으로 인한 비싼 보험료 등이 카마로의 앞길을 막은 방해요인들이다. 그러나 다른 하위권 차종들과 달리 대중적인 차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위권에 자주 출몰하는 쌍용 체어맨을 두고 혹자들은 쌍용이 이제 SUV에만 전념하기로 다짐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동안 체어맨은 외관 디자인의 미세한 변화만 있었을 뿐 크게 달라진 곳이 없다. 쌍용차는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새로운 대형 세단보다는 주력인 SUV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체어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아니면 다시 시대의 역작으로 돌아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현대 아슬란은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어 보인다. 그랜저나 제네시스 G80처럼 잘나가는 형제들 틈에서 길 잃은 강아지처럼 초라한 모습이다. 어느덧 출시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부진을 탈출하려는 파격적인 시도 없이 첫 출시 당시와 비슷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아슬란이 597대 등록되며 하위 7위에 오른 것도 신기할 정도다.
8위를 차지한 쉐보레 아베오는 일단 가격이 만만치 않다. 소형차인 아베오의 가격이 준중형차인 아반떼와 겹치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적으로도 스파크와 비슷한 모습의 아베오를 경차로 착각해 요금소에서 경차할인을 해주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아베오 대신 경차나 준중형차를 구입하는 게 현명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쉐보레는 아베오의 애매한 포지셔닝을 뒤바꿔야 한다.
이름처럼 9위에 오른 기아 K9 역시 아슬란과 같은 처지다. 서자 대우도 서러운데 제네시스 형제들 때문에 설자리를 잃었다. 3.3 모델은 G80의 가격이 더 저렴하고, 5.0 모델은 EQ900이 더 고급스럽고 인지도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의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의 손길로 탄생할 K9의 완전변경 후속 모델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위 TOP10의 10위 기아 쏘울은 북미시장에서 인정받는 모델이지만 국내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기아차 디자인 경영의 결정체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던 신차 출시 이후 지금까지 일반인은 쉽게 알아채기 힘들 정도의 디자인 변경만 거듭하며 가격은 높아졌다. 디자인 경영은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9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못한 디자인과 상품성은 결국 소비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2017년 상반기 하위 10개 차종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요인들로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그에 대처하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의 대응은 미흡해 보인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익창출의 매개체가 아니다. 하위권 차종들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직접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