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가요에는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는 가족, 사랑, 지명, 고향 등이지요. 그밖에 물새도 자주 나옵니다. 여름이 끝나가는 지금 여름 철새들이 정들었던 한국 땅을 떠날 채비를 하겠지요. 대중가요에 빈번히 등장하는 물새의 정체에 대해 추적하기로 합니다.
먼저 물새란 바다나 강, 하천 등 물가에서 서식하는 새이지요. 반대로 산과 들에서 서식하는 새를 산새라고 하지요. 대표적 산새로는 박새, 딱따구리, 동고비, 곤줄박이, 유리새, 어치 등이 있습니다. 물새는 도요새, 갈매기, 물때새, 청둥오리, 쇠오리, 물총새, 백로, 원앙새, 왜가리, 해오라기, 고니, 물닭, 고방오리, 기러기, 가마우지 등이 있지요.
한편 물새가 들어가는 가요는 물새를 제목에 넣어 물새 자체가 주인공인 가요가 있지요. 또 물새를 가사에 넣어 소재로 삼은 가요가 있지요. 먼저 물새 자체가 주인공인 가요로는 < 물새야 왜 우느냐> ( 1958), < 울지마라 물새야 >(1964) , < 물새우는 해변 >( 1964 ), < 물새 한 마리>(1971) 등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가요에는 구체적인 물새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먼저 물새가 제목에 들어가는 가요들을 검토합니다. < 물새야 왜 우느냐 >의 가사입니다.
물새야 왜 우느냐
유수 같은 세월을 원망 말아라
인생도 한번 가면 다시 못 오고
뜬 세상 남을거란 청산 뿐이다
아 물새야 울지를 마라
물새야 왜 우느냐
천년꿈의 사직을 생각 말아라
강물도 너와같이 울 줄 몰라서
백사장 벗을 삼고 흘러만 가리
아 물새야 울지를 마라
이 곡은 천년 사직을 언급한 것을 미뤄볼 때 1,000년 역사의 신라를 소재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곡은 물새가 망한 신라를 애달퍼하며 우는 것으로 묘사하지요. 그런 면에서 이 곡은 물새가 백제의 멸망을 탄식하는 듯한 <꿈꾸는 백마강>과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요.
다음은 < 울지마라 물새야 > 가사입니다.
울지마라 물새야 네가 울면은
가버린 그 옛님이 그리워진다
해저문 해안선에 연기만이 풀리는데
내 설움을 몰라주는 저 바다에 물새가 우네
울지마라 물새야 네가 울면은
외로운 내 마음에 눈물 흐른다
그 많은 이야기를 백사장에 묻어놓고
밤을 새워 속삭이든 님은 가도 물새는 우네
이 곡의 주인공은 물새들이 우는 바닷가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지요. 그러나 주인공은 연인과 헤어졌고, 다시 찾은 그 바닷가에서는 변함없이 물새가 울어댑니다. 그러자 주인공은 연인과의 옛 추억이 떠오른다는 스토리입니다.
다음은 < 물새우는 해변 >의 가사입니다.
고요한 밤하늘에 별이 잠들고
밀리는 파도소리 나혼자 들으며
외로히 홀로 날으는 물새의 울음소리
쓸쓸한 내 마음 속에 슬픔을 주네
고요한 밤하늘에 별이 잠들고
밀리는 파도소리 나혼자 들으며
외로히 홀로 날으는 물새의 울음소리
쓸쓸한 내 마음 속에 슬픔을 주네
이 곡의 주인공은 한적한 밤 바닷가에서 한 마리 물새가 나는 것을 봅니다. 그러자 짝잃은 물새와 홀몸인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그러므로 물새 소리가 더욱 처연하게 들립니다. 즉 자신의 비감한 심정을 물새 소리에 감정 이입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 물새 한마리 >의 가사입니다.
외로이 흐느끼며 혼자 서 있는
싸늘한 호수가에 물새 한마리
짝을 지어 놀던 님은
어디로 떠났기에
외로이 서서 머나먼 저 하늘만
바라보고 울고있나
아아 떠난 님은
떠난 님은 못오는데
갈곳이 없어서 홀로 서있나
날저문 호수가에 물새 한마리
다정하게 놀던 님은
간곳이 어디기에
눈물지으며 어두운 먼하늘만
지켜보고 있을까요
아아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오는데
이 곡의 주인공은 저녁 호수가에서 한 마리 물새가 노니는 것을 봅니다. 그러자 홀몸인 자신과 짝없는 물새를 동일시합니다. 그러므로 물새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앞 곡과 같이 자신의 심정을 물새 소리에 감정 이입시킨 것이지요.
한편으로 물새를 가사에 넣은 가요들이 있지요. 이런 유형의 가요는 물새 이름이 나오는 경우와 물새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곡이 있지요. 먼저 물새 이름이 나오는 곡으로는 < 해조곡 > ( 1937)이 대표적이지요. 이 곡에는 < 갈매기 바다위에 날지 말아요 >라는 가사로 보듯이 갈매기가 등장하지요.
반대로 물새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곡이 있지요. 먼저 < 꿈꾸는 백마강 > (1941)은 <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라는 가사가 등장하고, < 낙화유수 > (1942)에는 < 행복의 물새우는 포구로 가자> 라는 가사가 등장하지요. < 물새 우는 강 언덕 > (1955)은 < 물새 우는 고요한 강 언덕에 >라는 가사가 등장합니다. < 겨울바다 > ( 1974 )는 < 물새도 가버린 겨울바다에 옛 모습 그리면서 홀로 왔어라 >라는 가사가 등장하지요. < 저 바다에 누워 >( 1985 )는 <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라는 가사가 등장하지요. 최향 님이 최근에 발표한 신곡 <익산 애>에는 < 금강에 물새울고 >가 등장하지요.
이상에서 보듯이 대부분 곡은 구체적인 물새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곡이 많습니다. 이런 곡에 나오는 물새는 바다와 강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즉 바다에 등장하는 물새는 도요새, 갈매기, 물때새, 고니 등으로 보여집니다. 강에 등장하는 물새는 청둥오리, 물총새, 백로, 원앙새, 기러기 등으로 보여집니다. 이외에도 다른 물새들이 있겠지요.
가요들이 구체적인 물새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새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물새가 풍기는 이미지는 유유자적하고 고고하지요. 그래서인지 물새가 나오는 곡은 대부분 사랑과 이별과 고독을 주제로 한 것이 많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