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시장은 새벽에 장이 열리는 부지런한 시장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서호만 바다를 매립해서 조성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정시장이라 불렸고, 새터라는 지명을 따라 새터시장이라고도 불렸다. 아침시장이라는 의미로 아침제자라고도 불렸다니 서호시장은 예부터 통영의 아침을 신명나게 열어온 시장임이 틀림없다.
생선을 실은 통통배들이 날이 밝기도 전에 서호만 작은 항구로 모여든다. 한산도, 용초도, 비진도, 연화도에서 모여든 어선들의 엔진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항구의 새벽을 활기차게 열어젖힌다. 새벽 장을 보러 나온 부지런한 사람들과 상인들의 생기 있는 모습에서 서호시장의 정서와 매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서호시장 끝자락에 가면 새벽 4시에 나와 오후 7시까지 시장을 지키는 마산상회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56년 동안 한결같이 서호시장의 새벽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봄에는 쑥과 섬나물, 여름에는 매실.마늘.옥수수, 겨울에는 유자 등 통영을 둘러싸고 있는 섬마을에서 온갖 싱싱한 채소와 해산물을 가져다 판다. 새벽부터 밤까지 시장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물건을 사고파는 재미에 푹 빠져 세월도 잊고 살았단다. 할머니의 거칠고 굽은 손마디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새벽 장이 끝나고 사람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다시 내일 새벽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통영 사람의 바지런한 하루가 그려진다.
통영의 술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찌집에서 진하게 한잔 마셨거나 새벽 경매를 마친 상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원조시락국'은 서호시장 입구에 있다. 50년을 지켜온 소박한 식당의 기다란 나무 테이블에 앉아 통영 사람들과 함께 국밥을 먹는다. 앞에 놓인 반찬통에서 입에 맞는 반찬을 덜어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다 보면 구수한 통영 사투리가 맛깔스럽게 들려온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앞이라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들도 든든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