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앉아, 엎드려, 이리와, 가져 와."
이런 말이 자주 들리는 이곳에 가면 온통 '개판'이다. 지금 현재 있는 개들도 40여 마리다. 무슨 개 키우는 사육장인가 생각하면 오산이다. 엄연히 학교다. 개가 제자이고, 사람이 선생인 학교다. 그래서 이름 하여 '성원 애견학교(안성 삼죽면 소재)'. 학교 이름이 '성원'인 것은 이 학교의 대표가 김성원씨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10년 경력의 개 훈련사인 김 대표와 그의 가족이 안성 삼죽에 이사를 온 것은 순전히 개들 때문이다.
일산에서 개 훈련학교를 운영 했지만, 개들이 워낙 '한 소란' 하는 바람에 인가 없는 외진 곳을 찾다가 자리 잡은 곳이 이곳이다. 인가가 없어 좋은 대신 하루 종일 차량 소리를 들어야 하는 안성 38국도 변이다.
소개는 이쯤하고 왜 '칭찬은 애완견도 춤추게 한다고 제목을 잡았는지 이야기해야 될 거 같다. 김대표의 말에 의하면 애완견이 배변하는 것과 짖는 것, 외출하는 것 등을 훈련시킬 때 핵심은 '상과 벌'이란다. 잘하면 상주고, 잘못하면 벌주는 것. 말하자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칭찬을 강조할까. 그것은 일반 가정에서는 배변이 안 될 때 야단(벌)만 친다는 것이다. 그러면 개는 그 야단이 무서워서 주인이 있을 때는 잘 처신하는 듯 보이지만, 막상 주인이 외출할 때나 잠잘 때 구석에 들어가서 볼일을 해결한다는 것.
야단만 치게 되면 개는 고치는 게 아니라 주눅이 들어서 주인 눈을 피해 볼 일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꾸중을 자주 듣게 되면 다른 야단맞을 건수와 혼동해서 왜 야단맞았는지를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배변이나 짖는 것을 잘 조절했을 때 칭찬을 자꾸 해주게 되면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개도 칭찬을 먹고 산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개 짖는 훈련도 재미있다. 개를 쓸데없이 많이 안 짖게 하려면 먼저 짖는 훈련부터 시킨다는 것. "짖어"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말을 잘 들으면 칭찬을 해준다는 것이다. 주인이 "짖어라"고 할 때 짖게 되면 다음 훈련인 "짖지 마라" 훈련은 훨씬 수월하단다.
개가 스스로 짖고 싶을 때 짖지 않고 주인이 "짖어라"고 할 때 짖고 "짖지 마라"고 할 때 짖지 않는 개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개가 짖는 것 때문에 많은 애완견의 주인들이 골머리를 앓을 뿐만 아니라 이사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애완견 훈련의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배변 훈련이 개의 입장에선 가장 수월할 수도 있고, 가장 어려울 수도 있단다. 어떤 개는 너무나도 쉽게 배변을 가리기도 하지만, 어떤 개는 개 평생(?)에 걸쳐 못 가리는 개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학교에 와서 김성원 훈련사를 만나면 웬만해서 고치게 된다. 문제는 이 학교에 세 달 정도 맡겨진 개가 배변을 가린다고 해도, 다시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면 개 같은(?) 습성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
훈련 받을 때의 상황과 주변 여건은 단순하지만, 실제로 개와 주인이 부딪치는 상황과 여건은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이며, 실제 주인이 개에 대해서 일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견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외국의 경우는 주인과 함께 개가 훈련을 한다. 그리고 이런 훈련학교가 아니라 애완견을 훈련 하는 클럽을 조성하여 개가 어렸을 적부터 주인과 함께 호흡하며 훈련을 받는단다.
여기서 잠깐. 외국 애완견들이 우리나라 애완견들보다 훨씬 사회성이 좋다는 사실을 아는가. 왜냐하면 어렸을 적부터 주인과 함께 훈련받았기에 주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다녀도 문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애완견과 함께 외출 했을 경우 주위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문화도 발달했지만, 그만큼 주인도 개가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와 훈련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란다.
외출 시에는 애완견 변 봉투도 항상 지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그러다보니 거의 집에서만 많이 생활하는 한국 애완견보다 바깥으로 많이 돌아다니는 외국 애완견들이 사회성이 좋을 밖에. 하다못해 외국 같은 경우엔 애완견 공원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애완견 외출에 대한 규제는 많이 하지만 애완견 공원은 전무한 상태이니 말이다.
"개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는지 싫어하는지를 단박에 알더라고요. 그리고 평소 속설로 알고 있던 것이지만, 개가 주인을 닮는다는 것은 제가 많이 겪어보니까 맞더라고요. 느릿느릿한 개는 주인도 느릿느릿, 날쌘 개는 주인도 민첩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것은 몇 년을 같이 살다보니 서로 닮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주인이 개를 선택할 때 자기 성격에 맞는 것을 고른다는 것이지요. 생각해보세요. 성질이 급한 주인이 느릿느릿한 개를 고르겠어요. 속에 울화통이 터져서라도 그렇게 못하겠죠. 허허허허."
이렇듯 개 이야기만 나오면 밤도 샐 수 있다는 김 대표를 '애완견 박사'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아닐 듯싶다. 이런 그가 끝없이 쏟아내는 애완견 이야기의 주제는 시종일관 한결 같았다. "개를 사람의 입장에서 대하지 말고 개의 입장에서 대하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