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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1과 작품2를 비교해보세요. #윤두서 와 그의 아들 #윤덕희 는 말을 탄 인물을 그렸는데, 말 탄 인물의 자세가 매우 비슷하네요. 아마도 아들이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말 탄 인물은 닮았지만 그림의 배경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군요. 왼쪽에 절벽 같은 바위가 있고, 그 사이로 소나무 가지가 무성하게 드리워져 있어요. 윤두서의 그림에서는 인물이 중심이 되지만 윤덕희의 그림에서는 풍경이 주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배움을 위해서만 모방이 쓰였던 것은 아니에요. 작품3과 작품4에서 보듯, 왕실에서 사용하는 예술품들을 모방한 물건이 많이 만들어졌는데요. 왕실의 고급스러운 물건을 가지고 싶은 일반인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3번은 구름 위에 떠 있는 #용 을 그려 넣은 #항아리 인데, #궁중의례 를 위해 쓰던 것이에요. 궁중 물건에 그려진 #용무늬 나 용 그림은 임금님의 하늘 같은 권위를 상징했습니다. 4번은 왕실의 물건을 흉내 내어 만든 항아리예요. 용 그림이 왕실 항아리보다 한결 자유롭게 그려져 있네요. 일반 백성이 쓰는 #용무늬항아리 에서 용은 왕이 아니라, 나쁜 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오라는 염원을 담은 동물입니다. 의미가 달라진 것이지요.
표절이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오는 것이라면, 모방은 그것을 빌려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저기에서 정보가 쏟아지고 지식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는 어디까지가 모방이고 어디서부터 표절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지요. 그래서 요즘엔 #모방 이라는 낱말 자체가 언뜻 나쁜 뜻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옛것을 본뜨는 과정은 중요한 단계랍니다. #창조 는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것에서 갑자기 샘솟아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미 있던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이해하고, 새롭게 엮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함께 해봐요]
여러분이 따라 그리고 싶은 작품을 골라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베껴보세요. 이제 원작을 본보기로 삼아 여러분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그려보세요. 원작을 여러분이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표현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02)3277-3152
이주은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