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28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28 효제曉霽 새벽에 개다
야래미우제공산夜來微雨霽空山 밤새 오던 가랑비가 개고 난 빈 산에는
로습부용월일만露濕芙蓉月一彎 이슬이 부용芙蓉을 적셨는데 달은 한 굽이더라.
고목단애원조외古木斷崖猿鳥外 늙은 나무 끊긴 벼랑은 잔나비와 새의 밖에 있고
창등백석수운간蒼藤白石水雲間 푸른 등 넝쿨과 흰 돌은 물과 구름 사이에 있네.
행장초초지쌍교行裝草草只雙屩 행장은 초초하여 다만 한 켤레 짚신뿐이요
신세유유귀팔환身世悠悠歸八還 신세는 유유하여 팔환八還으로 돌아간다.
지장소병청사수紙帳素屏淸似水 종이 방장 흰 병풍은 맑기가 물 같은데
박산소진훈반博山消盡鷓鴣斑 박산로의 자고반鷓鴣斑 무늬 닳아서 없어졌네.
►‘짚신 교(갹)屩“ 짚신. 짚신을 신다
►초초草草 간략簡略한 模樣. 바빠서 거친 模樣.
① 근심하는 모양. 괴로운 모양.
교인호호驕人好好 뽐내는 자들은 매우 즐거워하나
노인초초勞人草草 수고하는 사람은 괴로워하도다/<시경詩經 소아항백小雅巷伯>
초초인간세草草人間世 괴로운 인간 세상에
거연팔십년居然八十年 어느덧 여든 살이로구나.
생평하소사生平何所事 평생에 한 일이 무엇이던고.
요불괴황천要不愧皇天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그것이라네.
/<이현일李玄逸 절필絶筆>
② 바쁜 모양. 허둥지둥. 관곡款曲(정답고 친절함)하지 않은 모양. 총총怱怱.
문군적만리問君適萬里 그대에게 묻노니 만리를 가면서
취별하초초取別何草草 이별을 어찌 초초히 하는고.
<두보杜甫 송장손구시어부무위판관送長孫九侍御赴武威判官>
►팔환八還
<능엄경楞嚴經>2권에 나온 말로 세상의 명암이 서로 상환相還하는 여덟 가지의 법.
팔환변견八還辨見이라 하여 사물을 보는 진견眞見은
명明, 암暗, 통通, 옹擁, 연緣, 완허頑虛, 울발, 제霽 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여 참된 見은 사물에 즉한 것도 여읜 것도 아니라는 말을 한다.
모든 사물이 각각 근본원인[本因]으로 돌아가는 여덟 가지 변화상變化相
명환일륜明還日輪 암환흑월暗還黑月 통환호유通還戶牖 옹환장우壅還墻宇
연환분별緣還分別 완허환공頑虛還空 울발환진鬱𡋯還塵 청명환제淸明還霽
아난阿難 아난아!
여함간차제변화상汝咸看此諸變化相 너는 이러한 모든 변화의 모습을 보았는데
오금각환본소인처吾今各還本所因處 나는 지금 그것이 본래 온 곳으로 각각 돌려보내려고 한다.
운하본인云何本因 어떠한 것이 본래 온 곳인가?
아난阿難 아난아!
차제변화此諸變化 이 모든 변화에서
명환일륜明還日輪 밝음은 태양에게 돌려보내고자 한다.
하이고何以故 무엇 때문인가?
무일불명無日不明 태양이 없으면 밝지 않으며
명인속일明因屬日 시고환일是故還日
밝음은 태양에 속하기 때문에 태양에 돌려보내려고 한다.
암환흑월暗還黑月 어둠은 달이 없는 캄캄한 밤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통환호유通還戶牖 통함은 창문으로 돌려보내고
옹환장우擁還牆宇 막힘은 벽에 돌려보려고 한다.
연환분별緣還分別 대상(경계)은 분별함에 돌려보내고
완허환공頑虛還空 어두운 허공은 텅 빈 곳으로 돌려보낸다.
울발환진鬱𡋯還塵 탁한 현상은 먼지에 돌려보내고(티끌 발𡋯)
청명환제淸明還霽 청명함은 밝은 하늘에 돌려보내며
즉제세간則諸世間 일체소유一切所有 불출사류不出斯類
세간의 모든 변화하는 현상은 이런 여덟 가지의 범주(종류)를 벗어나지 않는다.
►박산로博山爐 박산향로博山香爐의 준말.
산동성山東省 박산현博山縣에서 만든 공교工巧한 향로香爐.
중국 훈로薰爐의 일종 두豆모양을 한 접시형태 위에
원추 산악형을 한 뚜껑이 있고 밑에 승반承盤이 있다.
뚜껑의 산악에는 금수가 배치되고 바닷 속의 仙山을 본뜬 것이라 한다.
두의 손잡이 부분을 인물 또는 새와 짐승 모양을 본떠서 만듦.
전국 말기에서 한대에 많이 이용되었다.
도제, 청동제가 있고 청동제는 허베이성 만성한묘滿城漢墓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금은착(상감)의 우수한 품종도 있다.
불구佛具 향로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도 있어
연화형 향로, 금산사형 향로 등의 형식이 생겼다.
►자고반鷓鴣斑
자기瓷器에 나타낸 무늬의 한 가지
검은 잿물 위에 검붉은 무늬가 섞이어 마치 자고의 털 무늬와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