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리그] 박정환의 화성시코리요, Kixx에 3-2 승

[초롱불]

▲ 화성시코리요 1지명이자 '불패의 대명사'인 박정환(오른쪽)이 자신의 손으로 팀 4연패를 끊어냈다. 상대(강승민)의 넓디 넓은 진영에 조약돌처럼 퐁당 뛰어들어가 수를 내는 장면에선 과연 '사활 귀신' 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팀 개막전 승리 후 4연패의 악몽에 시달리던 화성시코리요가 정규시즌 반환점을 앞두고 사지(死地)에서 벗어났다.

화성시코리요는 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1경기에서 Kixx를 3-2로 꺾고 4연패 사슬을 벗었다.

‘확실한 1승 카드'인 박정환 9단을 보유하고도 늘 ‘추가 2승'에 목말라하던 화성시코리요였다. 자연스레 박정환 9단 혼자 달리는 ‘원맨팀' 소리가 나왔다. 2라운드와 직전 6라운드에선 박정환 9단이 등판하기도 전에 거푸 3-0으로 패하면서 ‘그 전력으로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비난이 팀을 향해 쏟아졌다.

▲ 1승4패의 김승재와 4승1패의 윤준상.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고 있던 둘의 대결에서 김승재(왼쪽)가 승리하며 마음 고생을 덜었다. 상대 전적에서의 우위(김승재 2승1패)가 자신감으로 이어진 듯 156수 만에 완승으로 판을 끝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4연패를 당하면서 밀릴 만큼 밀렸다는 인식이 선수들의 심지에 불을 당긴 듯 침묵했던 타선이 되살아났다. 팀 성적(1승4패)과 똑같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4지명 김승재 7단과 5지명 송지훈 3단이 반전의 주역이 됐다. 지명도나 랭킹에서 모두 위인 윤준상 9단과 백홍석 9단을 꺾으며 팀이 절실히 원하는 2승을 책임졌다.

이날 화성시코리요는 후반부 4국에 주장 박정환 9단을, 5국에 2지명 강유택 8단을 재차 나란히 배치했다(직전 정관장 황진단과의 경기 때 이 둘을 써보지도 못하고 3-0으로 패한 아쉬움이 반영된 오더로 보였다).

박정환 9단은 랭킹이나 지명도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 전적(3전 3승)까지도 크게 앞선 강승민 5단과의 대결이었으니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5국은 정반대였다. 강유택 8단이 상대 1지명이자 천적이나 다를 바 없는(상대 전적 1승6패)인 김지석 9단과 맞붙는 상황이다 보니 승산이 아무래도 희박했다. 그렇다면 후반은 1승1패로 봐야 하는데, 누가 김승재 7단에 이어 절실한 1승을 올려줄까.

▲ 김승재-윤준상 대국처럼 1승4패(송지훈)와 4승1패(백홍석)가 마주한 대결에서 송지훈(왼쪽)이 천냥짜리 불계승을 거뒀다.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교차하는 분위기에서 장고대국에서 나온 송지훈 3단의 후속타가 열대야에 찌든 기분을 식혀주는 청량제처럼 화성시코리요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Kixx가 1-1로 곧장 따라붙은 상황에서 난적이자 돌주먹으로 유명한 백홍석 9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결승점이나 다름 없는 2승째. 뒤는 불패의 주장 박정환 9단의 몫이었다.

박정환 9단, 바둑리그 19연승(시즌 6연승 포함)에 국내외 기전 14연승 이어가 올 시즌 정관장 황진단 주장 신진서 8단와 다승.연승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박정환 9단은 Kixx의 4지명 강승민 5단을 맞아 자신의 장기인 수읽기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바둑판을 뚝 잘라 절반에 해당하는 오른쪽을 모두 집으로 굳힌 다음 상대의 광활한 영역에 풍덩 뛰어들어가는 승부수로 팀 승리와 자신의 시즌 6연승을 동시에 결정했다. 대단한 결단력이었고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하고 치밀한 수순이었다. ‘과연 사활 귀신'이라는 찬사가 중계석 말고도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4일엔 2위(4승1패) SK엔크린과 3위(3승2패) 포스코켐텍이 7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각각 4연승과 3연승을 달리고 있는 우승 후보간의 격돌이다.

대진은 이태현-윤찬희, 안성준-최철한, 이영구-나현, 박민규-이원영, 홍성지-변상일(이상 앞이 SK엔크린).

▲ 승리의 주역 5지명 송지훈과 4지명 김승재.
(김승재)"저는 쉽게 둔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고쳐야겠다" "최근에 컨디션은 좋은 것 같은데 결과가 안 따라준다"
(송지훈)"지금 성적이 안 좋으니까 올해 목표는 반타작으로 하겠다" "팀에 도움이 되는 '귀여운 막내'가 되었으면 한다^^;;"

▲ 이날은 '4패자의 날'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동안 부진했던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Kixx의 5지명 김기용(왼쪽)도 그 중 한 사람. 최재영을 상대로 시즌 4연패의 굴레를 벗었다.

▲ 마지막 5국의 김지석(오른쪽)은 아찔했다. 후반 들어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강유택이 착각으로 손을 뺀 대마를 잡고 겨우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