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복식 입고 인생샷’… 한복,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는다
우리에게는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도시 연길, 황금련휴가 지났지만 여전히 관관객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항상 몸담고 있어 우리에겐 그냥 평범한 도시로 보이기도 하지만 관광객의 시선으로 본 연길은 우리 민족 특유의 분위기로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이다.
중국조선족민속원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연길의 관광지로 꼽힌다. 아기자기한 조선족 전통가옥들이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시선에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민속원을 찾으면 우리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민속원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없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가담가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보인다.
우리 고유의 옷이지만 일상 속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한복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복인증 사진을 찍어올리는 SNS 열풍으로 번졌고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한복 입은 관광객을 보는 일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이 인기를 놓칠세라 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및관광국에서는 조선족 전통복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한 관광분야 활성화를 꾀한다는 무게를 두고 지난해말부터 도심 속 한복점들을 위주로 관광객 한복체험코스로 지정하면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서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지역 최고의 번화가에는 한복점들이 많다. 그리나 한복, 황실한복, 명가한복, 가영한복, 제일한복, 대례민속상품 등 한복가게들은 요즘따라 드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도심 속 한복점들이 관광객들의 한복 체험과 대여를 위해 찾는 명소로 됐기 때문이다. 일부 관광객들은 아예 맞춤 한복을 주문해가기도 한다. 한복의 고운 빛깔에 그냥 구경을 하러 들어오는 관광객들도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한복점마다 환한 유리 진렬창 너머로 은은한 색감의 한복들이 가지런히 진렬되여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장인의 손길 따라 비단 옷감의 직선과 곡선이 이어진다. 정성을 들인 꼭 그만큼 맵시가 드러나는 한복, 저고리의 단아한 깃과 섶, 소매 아래부분이 넓고 둥근 곡배래에서 정교한 솜씨가 묻어난다.
프랑스에서는 입고 먹고 자는 것을 의식주라 하지 않고 식의주라 한다. 우리는 먹고 자는 것보다 의생활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 한복은 우리 민족에게는 어쩌면 옷 이상의 상징성을 가졌던게 아닌가 싶다.
당대의 시대발전 변화가 반영되는 옷의 특성 상, 우리의 한복도 기본형태를 유지한 채 시대에 따라 변형되고 외부 요소가 가미됐다. 전통한복을 개량하거나 색다른 디자인의 한복을 선보인다거나 액세사리를 더 추가하기도 하면서 색감도 더욱 화려하게 표현됐다.
수십년을 한복만을 만져오면서 한복시장을 장악해온 그리나한복점 한선순 사장은 “요즘 관광객들의 문의전화도 많이 들어옵니다. 저희 한복점이 관광객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안겨준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나 한복점은 대부분 무대 한복과 현대식 한복으로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영한복체험관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영한복체험관은 오래전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가 입었을 법한 한복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한복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복에 담긴 시대상 주제로 하여 눈길을 끈다.
누비한복과 레이스 저고리가 눈길을 모으는가 싶으면 그제날 재봉틀로 손수 한복을 지어 입던 그 시절 혼수품으로 마련됐던 한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전통한복 세대와 개량한복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이 체험관은 평일에도 100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 문화관광코스이다.
가영한복체험관의 서미란 사장은 “우리의 한복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 숨겨진 이야기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체험관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명가한복체험관도 화려한 디자인과 세련된 색감표현의 한복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명가한복점은 ‘가장 연변다운 곳 찾기’ 왕훙관광명소중 한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명가한복체험관의 김련화 사장은 “우리 한복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30년간 한복관을 견지해온 보람이 있네요. 진짜 한복의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입니다.”고 전한다.
관광객들의 한복 사랑 열풍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좀 더 확산되는 모습에 흐뭇한 한편, 아직까지는 이런 체험관들이 단순하게 한복 체험이나 대여에 머물러있다는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우리 전통의 옷이지만 명절이나 결혼 같은 행사에서나 입는 규격화된 복식으로 인식되면서 일상 속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한복, 이제는 우리의 문화와 사회가 반영된 새로운 한복문화를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복체험관의 역할이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의복으로서의 한복 체험이 아니라 한복 속에 녹아든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더 알릴 수 있는 한복문화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관광객들의 한복체험이 단순한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우리만의 복식의 가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