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욱아, 큰 아빠다. 내일이 추석이다. 매년 그렇듯이 가족 모두 펜션에서 모이는데 올해는 네가 없어서 섭섭해 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마 네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오늘부터 연휴인데 너도 오늘은 훈련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추석 연휴 며칠 잘 쉬고 나면 곧 수료구나. 다음 주 22일(목)에 끝난다며? 그 동안 어려운 훈련, 잘 견뎠다. 장하구나.
마치고 나오면 그 동안 못하고 참았던 것, 실컷 하렴. 일단 맛있는 것부터 찾아 먹어야겠지? 뭐가 제일 먹고 싶었니? 치킨, 피자, 햄버거, 족발, 순대, 돼지머리고기, 소고기 수육, 육회, 새우, 게, 낙지, 문어, 참치회, 전어회, 광어회, 우럭회, 아나고회, 초밥, 짜장면, 우동, 짬뽕, 탕수육, 유산슬, 팔보채, 삼계탕, 설렁탕, 곰탕, 육개장, 순대국밥, 선지국밥, ...... 쓰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술안주만 잔뜩 늘어놓았구나. (너 혹시 지금 군침 흘리는 거 아니냐?)
혹시 술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았니? 그곳에서는 술을 못 마셨을 테니. 너는 어떤 술을 좋아하니? 맥주, 생맥주, 소주, 안동소주, 막걸리, 생탁, 청주, 포도주, 복분자주, 머루주, 다래주, 고량주, 양주.....
아, 술과 안주를 늘어놓다 보니 이 큰아빠는 지금 너무 술을 마시고 싶구나. 내일 저녁에 실컷 먹어야지. 너희 아빠와 함께 술을 진탕 마실 것이다. 그러다 보면 또 네 생각이 나겠지? 미안하다. 우리끼리만 먹어서. 다음 주에 잘 마치고 나오면 그때 축하주로 같이 마시자. 며칠만 더 참으렴.
위문 편지를 쓴다고 시작했는데, 술과 안주만 늘어놓다 끝났군. 이상하게 되었네. 쏴리.
(2016. 9.14.)
첫댓글
이 글 읽고 나니 눈물이 나도록 웃음이 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