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여름은 정말 칠십 평생 이런 여름은 처음인가 봅니다.
어떻게 지난 여름을 지내왔는 지 섬찍하기도 합니다.
추석도 지나고 오늘 새벽에 대공원 한바퀴 하는데,
으시시한게 아마 옷가지를 가볍게 걸치고 나간 것 때문일 것 입니다.
그래도 이런 날이 오기는 오는가 하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가을을 맞이하라는 정령이 함께 하고,
이제 가을의 시작이라 하면 이내 짧은 가을은 이내 도망갈 것 입니다.
단지 내 과수나무들 가운데 단감 나무는 내가 해마다 한 두개 손을 대는 일이 있는데
아직은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있네요.
대공원 돌면서 떨어진 감나무 홍시를 한 두개로 입을 다시기는 하였지만
이 가을 내 나름의 성찬을 위해 청계산을 올라 다래나 좀 얻어올까 하는데
얼마나 먹겠다고 가는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나의 가을 행사인데 하면서 동행하는 사람을 구하여야 할 것 입니다.
등산로가 아니면 숲이 짙어 헤쳐나가기가 어렵고,
또 말벌이란 놈이 가만 놓아주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이젠 산이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마음이 약간 바쁜 촌부마냥,
이 가을에 내 나름의 수확을 예비하는 그런 경건한 마음도 가질만 합니다.
허기야 마음이 넉넉하면 자연이 주는 혜택도 부러워할 것 없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자연 허허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 동안 걷는 동패들과 일주일에 하루 같이 걸어야 하는 일들이 있군요
가을 장마 어쩌고 하는데
남쪽은 지역적으로 비 피해가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중부권은 큰 물난리 없이 지나가고,
자주 들리는 우즐농을 조금 거리를 두다보니 나의 글쓰기도 이 카페에 잠시 머무는가 봅니다.
그래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책 한권을 마치니 그것이 유일한 일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