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업은 산과 들에서 피는 꽃 중 가을꽃 국화를 이용한 꽃차 만들기로, 오전 10시 살리 부엌 수라에 모였다.
제비꽃 선생님께서 차 내용물인 국화를 미리 준비 해오신 덕분에 우리는 이날 무척 한가했던 것 같다.
선생님 말씀은 차로 이용할 국화는 자연에서 나고 도로에서 먼 곳으로 깨끗한 꽃을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우리가 먹는 것이고 좋은 먹거리는 청정해야 하지 않을까? 차로 이용되는 국화꽃의 개화 정도도 여쭤보니 원래는 꽃이 피기 전 봉우리가 맺힌 게 가장 차 하기에 적합하단다. 우리가 만든 차는 봉우리와 개화된 게 혼재돼 있었다. 농사일만큼 차를 덖는 시기도 적기라는 게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가을에는 산과 들에서 만나는 국화를 유심히 살폈다가 꽃봉우리가 달리는 시기에 꽃차를 만들어 두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차로 만든 국화는 하얀 꽃이 앙증맞게 핀 동국, 꽃차로 만들면 맛이 좋다는 감국, 산에서 볼 수 있고 약성은 좋은데 쓴맛이 강해 차 만드는 법이 다른 산국이 있었다. 산국은 차로 이용할 때 5송이 이상을 넣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유는 쓴맛이 강하기 때문이란다. 상대적으로 꽃차로 맛있다는 감국은 정말 차를 덖었을 때도 산국과 다른 향을 풍겼다. 향이 구수하고 덜큰했다. 향이 달다니... 신기하다.
또 국화를 볼 때 겉 꽃이 헛꽃이고, 참꽃은 그 안에 노랗게 중심에 모여있는 게 진짜 꽃이란다. 수국처럼 말이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처음으로 국화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정말 큰 노란 원의 하나하나가 암술 수술이 각자 따로 존재했다.
산국은 다른 국화와 달리 유독 쓴 걸 보면, 염색도 가능하단다. 우리는 수라 부엌에 둘러앉아 차로 덖을 국화꽃을 정리했는데 버려지는 국화 줄기를 활용해 삽목하는 방법도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입 자루가 보이는 아래 단부터 위 세 번째 단까지 놔두고 위 가지를 자르면 아래에서 뿌리가 재생된다고 했다. 봄과 가을에 삽목하기 좋은 시기라 한다. 집 안 화분에 가지를 꽂고 반그늘에 두면 뿌리를 내린다고 해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삽목할 아이들도 데려가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내년에는 이 아이들로 국화차를 만들 수 있으려나? 알면 쉽고 생산자가 될 수 있지만, 모르면 또 돈으로 소비하는 소비자가 되어버린다. 뿌리를 먹는 건 꽃차로 모두 가능하단다. 또 국화과는 차로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국화차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단다.
감국은 줄기에 하나씩 꽃이 나는데, 산국은 한 가지에 다발로 모여 난 게 둘이 유사하게 생겼지만 다른 점이다.
차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꽃을 만지자, 향이 절로 풍겼는데 음악과 함께 그 시간 자체가 우리의 정신적 치유 시간이 되어주었다.
차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었다.
첫째, 산국은 쓴맛이 나서 꽃차 전용 전기 팬에 물을 붓고 소금과 감초 대신 대추(감초가 있으면 감초를 사용)를 넣고 찜기를 이용해 쪄냈다. 법제 중 찌는 이유는 산국의 차가운 기운을 따뜻하게 중화시키기 위함이고 이때 물이 끓을 때 산국을 넣고 3분 쪄준다. 3분 뒤 산국을 다시 꺼낸 후 식혀내고 다시 찜기에 동일한 방법으로 3분을 쪄낸다. 찌는 걸 2번 반복했는데 이때 불의 세기는 센 불로 한다. 쪄진 산국을 지금부터는 수분을 날리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열 오른 팬에 쌀 포대 종이 위에 쪄낸 산국을 올려 수분이 날아갈 수 있도록 산국을 만져준다. 어느 정도 뜨거워지면 산국을 꺼내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하는데 우리는 이날 차를 가져왔지만, 원칙은 하루 이틀 팬을 F.으로 설정해 둔 후 수분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두어야 한다고 하셨다. 수분의 유무는 팬 뚜껑의 유리 부분을 보면 수분이 생긴 걸 볼 수 있다. 수분 묻은 뚜껑은 닦아주고 더 이상 수분이 보이지 않으면 꽃이 모두 꾸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동국과 감국은 동일한 방법으로 한다. 둘은 쓴맛이 없어 찌는 과정을 생략 후 바로 전용 팬에 덖으면 된다. 쌀 포대 종이 위에 감국을 올려 두고 뚜껑을 닫는다. 김이 올라오면 뚜껑을 열고 다시 꽃을 뒤집어 준다. 어느 정도 살청이 된 듯하면 팬에서 감국을 꺼낸다. 다시 팬에 올려 덖고 다시 꺼내 수분을 날리고를 여러 번 반복한다. 감국이 점점 꾸덕해지는 질감을 느낄 수 있다면 꽃차는 완성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완성된 꽃차를 마셨는데 입에 머금은 차에서 가을 냄새가 가득 퍼지고, 목 넘김 때는 달고 덜큰한 가을의 단내가 느껴졌다.
봄 야생차 수업 때는 어린 쑥을 덖고 비비는 유념과정이 있었는데 꽃차는 비비는 과정이 빠지고 덖는 과정만 있어 쑥차보다 훨씬 단조롭게 다가왔다. 가을에는 가을 향 물씬 나는 국화차 생산자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