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의 웅덩이
웅덩이 속에는
빨주노초파남보
웅덩이 속에는
알록달록 단풍잎
웅덩이 속에는
뭉게뭉게 구름 토끼
웅덩이 속에는
크고 작은 빗방울
그 속에 바짝 말라 가는
햇빛 한 장
웅덩이를 쪼는 참새
참새가 물어 나른
웅덩이의 웅덩이
굴러가요
학교 가는 길
죽은 메추라기를 봤어요
나뭇가지로 집어 풀숲으로 보내 주고 싶었지만
친구들 내 팔을 끌고 횡단보도를 건넜어요
까맣게 잊고 급식실까지는 잘 갔는데
그날 메추리알 조림이 나왔어요
젓가락 밖으로 알이 미끌미끌 빠져나가
의자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가요
풀숲까지 굴러가요
나를 부를 때까지만
내가 다가가도
니야옹 냐옹 길게 하품만 한다
눈가에 묻은 햇빛만
앞발로 핥고 핥는다
아무래도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가 봐
아무래도 내 얘길 들어 줄 기분이 아닌가 봐
아까시나무 아래 하얀 털을 고르더니
슬글슬글 일어나 가 버렸다
고양이 앉은 자리에 가방을 놓고
나도 가만 앉아
고양이처럼 털을 고르며
아까시나무 향이나 맡고 싶다
학원 차가
빵빵
나를 부를 때까지만
아빠 차 타고 달리다가 밖으로 내민 손
창문은 창이면서 문
안도 되고 밖도 돼
손 하면 발을 내미는 강아지도 있는데
코가 손이 되는 코끼리도 있는데
자꾸 나누려고 해
봐 봐! 내가 하늘에 창문을 그리면
불어오는 바람
뭉게뭉게 구름
안에서 봐도
밖에서 봐도
모두 창
모두 문
막대기 자리
어느 인디언 부족은
화가 풀릴 때까지 걷다가
막대기를 꽂아 놓고 돌아온대
어떤 사람은 모래사막
어떤 사람은 바다 끝에 꽂아 두고 오겠지
나도 씩씩거리며 걸었어
분식집을 지나고
학원 차 안 타고 어디 가는 거야? 소리도 지나쳐
피시방도 우리 집도 지나 쳤지
선인장아 안녕
모래사막 지나
넘실대는 바다를 건너자
뜨겁던 화가 시원해졌어
헐게벌떡 집으로 뛰어 왔는데
보글보글 카레 냄새 나는
여기가 바로 막대기 자리!
카페 게시글
♤ 추천하고싶은 동시
코뿔소 모자 씌우기 / 임수현 / 창비
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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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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