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체를 영할 때 행렬을 지어 나와 손이나 입으로 영성체를 하고 자리에 돌아갑니다.
그런데 가끔 영성체 직후 제대나 감실을 향해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분이 있습니다. 공경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사실 의미 없는 동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교리 시간에 영성체하는 자세에 대해 교리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지요. 성체를 모시러 나올 때 성체 앞에서 인사를 하고, 성체를 모신 다음에는 이미 주님이 내 안에 계시니까 굳이 감실에 인사할 필요가 없다고요.
또 성체를 모시고 나서 제자리에 돌아와서는 앉아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사람, 성가를 함께 부른 다음에 짧은 묵상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하지요. 앉아서 하든 서서 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오신 주님께 감사드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영성체 후에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어떨까요? 역시나 불필요한 동작입니다. 미사라는 전체를 볼 때 이미 미사 도입부에 성호를 그었고, 파견 예식 때 다시 성호를 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성체 후 긋는 십자성호는, 내가 그분과 온전히 일치하고 있음을 의식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모두 청한 후 마무리로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성체 후에는 무엇보다도 주님과 하나가 되었음을 감사드리고 침묵 중에 머물러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교회상식 속 풀이 저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