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맛은 날이 궂어야 – 백운산, 동강할미꽃
1. 동강할미꽃
두향의 혼이 열어주는
동강의 봄.
분홍치마자락 강바람 찬데
검푸른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옛이야기.
비로봉 잔설에 얼룩진
동강의 꽃.
아무도 찾지 않는 바위 틈새
홀로 지새운 밤.
무심한 세월만이 흐르는 강
두향의 단심(丹心)이 곱게 피는
동강할미꽃.
―― 장지원, 「동강할미꽃」
▶ 산행일시 : 2025년 3월 16일(일), 비, 눈
▶ 산행코스 : 문희마을,급경사,칠족령 갈림길,백운산,688.6m봉,613.2m봉,칠족령,524.7m봉,문희마을,
동강할미꽃 서식지,문희마을 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7.2km(동강할미꽃 서식지 왕복 0.6km 포함)
▶ 산행시간 : 4시간 6분(10 : 19 ~ 14 : 25)
▶ 교 통 편 : 대성산악회(19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20 – 복정역 1번 출구
08 : 05 – 양평휴게소( ~ 08 : 30)
10 : 19 – 문희마을, 산행시작
10 : 23 – 성황당
10 : 33 - ┣자 갈림길, 문희마을 0.8km, (급경사)정상 1.1km, (완경사)정상 3.2km
11 : 18 – 820m고지, 정상 0.4km
11 : 23 – 칠족령(2.2.km) 갈림길, 정상 0.2km
11 : 27 – 백운산(白雲山, 882.5km)
12 : 35 – 615m봉
13 : 02 - ┣자 갈림길 안부, 백운산 2.2km, 문희마을 1.4km, 칠족령 0.2km
13 : 11 – 칠족령(529.9km), 문희마을 2.0km
13 : 40 – 문희마을
13 : 45 – 동강할미꽃 자생지( ~ 14 : 15)
14 : 25 – 문희마을, 산행종료, 버스 출발
15 : 18 – 방림, 뒤풀이( ~ 15 : 55)
18 : 00 - 복정역
2. 백운산 지도(1/50,000)
일기예보가 좋은 날씨에는 잘 맞지 않고, 나쁜 날씨에는 잘 맞는 것 같다. 비 또는 눈이 내린다더니 부슬비부터 내린
다. 너른 문희마을 주차장이 썰렁하다. 승용차 1대, 좋은사람들 산악회 대형버스 1대 뿐이다. 작년에도 오늘처럼
3월 16일에 동강할미꽃을 보러 왔었다. 그때는 완연한 봄날이었다. 노루귀와 동강할미꽃도 한창이었다. 오늘 그들
을 만날 수 있을까? 춘설이 난분분하여 난망이다.
일단 산행이다. 백운산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원점회귀 코스다. 안개가 자욱하다. 성황당 지나면 콘크리트 포장도로
는 끝나고 흙길이다. 노면이 살짝 얼어 미끄럽다. 내 등산화 밑창이 닳아서 나만 그런지 알았는데 우리 일행 너도나
도 미끄럽다며 주춤주춤 걸음 한다. 돌탑이 있는 ┣자 갈림길이다. 정상까지 직진은 완경사 3.2km이고 오른쪽은
급경사 1.1km이다. 아무도 직진하지 않는다. 나도 정상이 가까운 오른쪽 급경사 길로 간다.
부슬비 빗줄기가 보이는가 했더니 진눈깨비로 변했다. 가파른 오르막은 미끌미끌하다. 어쩌다 엎어질 듯 하고 나면
힘이 쏙 빠지곤 한다. 한 피치 길게 오르고 가파른 오르막이 수그러든 건 잠시이다. 이제는 연속해서 갈지자 크게
그리며 오르기 시작한다. 진눈깨비는 눈으로 변한다. 눈보라가 날린다. 한겨울 산행이다. 빙화와 설화를 본다. 어째
동강할미꽃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 820m고지 오르면 오른쪽으로 직각방향 트는 등로는 완만하다.
칠족령 갈림길 지나 바위길 0.2km 오르면 백운산 정상이다. 만천만지한 눈보라고 안개다. 여기 오를 때마다 바라보
았던 첩첩 산 너머 계봉, 곰봉, 계족산, 응봉산, 신병산, 완택산, 영월 접산 등을 오늘은 심안으로 가늠한다. 도대체
사진 찍을 거리가 없어 어깨에 둘러 맨 카메라가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좀처럼 찍지 않는 내 인증사진을 일행에
게 부탁한다. 모두들 휴식도 생략한다. 하산이다. 칠족령능선을 간다.
810m봉 넘어 봉봉 오르내리막이 무척 가파르다. 오늘, 아니 근래에 드문,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등로
주변은 설원인데 등로는 진창이다. 핸드레일 굵은 밧줄은 숫제 물구덩이다. 양손으로 밧줄 움켜쥐고 슬랩 내리듯
뒷걸음질하여 내린다. 목장갑 털장갑이 금방 젖는다. 손이 엄청 시리다. 나이가 드니 기억도 형편없이 무디어진다.
장갑을 바꾸려고 배낭을 뒤지자 비상용 핫팩이 나오는 게 아닌가. 살았다!
한편, 산행의 맛은 이런 궂은 날이라야 제대로 난다. 조심조심 내리지만 핸드레일 없는 진창에서는 미끄러지고 넘어
지고 자빠지고 구르고 야단이다. 다행인 것은 그때마다 내 날랜 동작이라 다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일 자고 일어
나면 멀쩡할지 의문이다. 오르막은 수월하다. 685m봉 데크계단을 오른다. 작년에는 저기서 꿩의바람꽃을 보았는데
오늘은 가망 없다. 봉우리에 올라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628m봉 오르기 직전 등로 옆에 공터가 있어 점심밥 먹는
다. 샌드위치다.
3. 백운산 가는 길
7. 백운산 정상에서
8. 칠족령능선 협곡
9. 동강할미꽃
이번에는 눈과 진눈깨비, 부슬비가 차례로 진행된다. 685m봉 내리막도 오늘은 백운산이 이럴 때도 있었던가 싶게
대단한 험로로 변했다.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럽다. 시린 손은 번갈아 호주머니 속 핫팩으로 달랜다. 615m봉 내리막
왼쪽 암벽에 곱게 피어 있던 동강할미꽃이 궁금하다. 눈 비비고 다가간다. 데크계단 내리막 중턱이다. 계단참에서
가드레일을 넘는다. 아, 여태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부슬비 맞으며 얼굴을 살포시 들어 맞이한다. 그저 감격
할 수밖에.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내년에 또 오마고 다짐하고 물러난다. 이 고지의 동강할미꽃이 저럴진대 동강 강변은 더 화사
하리라. 바쁘다. 계단 통통 내리고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 안부다. 칠족령 529.9m봉은 오르막 0.2km이다.
거기는 청노루귀가 모여 산다. 그들을 아니 볼 수 없다. 단숨에 칠족령을 오른다. 잔설이 남았다. 청노루귀는 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다. 몇 번이고 둘러보아도 감감무소식이다.
문희마을을 향한다. 황룡동굴 아래 동강 강변 바위지대 동강바람꽃 서식지를 가야 한다. 칠목령 전망대(0.2km)를
들르지 않는다. 안개 칙칙한 지금 무망할 전망보다는 얼른 동강할미꽃을 보고 싶어서다. 문희마을 가는 길은 사면을
완만하게 길게 돌아내린다. 낙엽이 알맞게 덮인 부드러운 산책로이다. 줄달음한다. 도중에 돌탑 있는 지능선을 넘을
때는 발걸음 멈추고 지난번에 보았던 노루귀는 찾았으나 여기도 소식 없다.
문희마을에서 백룡동굴 입구 동강할미꽃 있는 데까지는 0.3km이다. 우산 쓰고 오는 장년의 남자와 마주쳤다. 먼저
수인사 건네고 동강할미꽃의 소식을 물었다. 아주 쬐끔 피었더란다. 그래도 무척 예쁘더라고 한다. 고마운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백룡동굴 입구가 금방이다. 오른쪽 바위지대로 들어선다. 나는 어느 바위에 몇 개체가 자리 잡고 사는
지 알고 있다. 나와 함께 온 우리 일행 잔등 님은 급히 둘러보고 갔다. 나 혼자다.
비록 조촐한 꽃 잔치(?)이지만 오붓한 시간이다. 눈비 오는 날 이만한 것만도 얼마나 장한 일인가.
산행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일행이 모두 왔으니 산행마감시간(14시 40분)이 이르더라도 속히 와서 서울을
가자는 부탁이다. 더 못 있고 아쉬운 발길 돌린다.
첫댓글 오! 반가운 동강할미. 부지런한 악수님 덕에 사진으로나마 재회하는군요. 마음 같아서는 훌쩍 달려가 한나절 뒹굴다 오고 싶어집니다.
오는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동강할미꽃 축제를 한다네요.
그떄는 동강할미꽃이 한창이겠지요.^^
동강할미꽃이 가냘프게 피었군요. 인파에 시달여 그런가 개체가 줄어든 모양입니다..^^
개체는 줄지 않았고, 날이 추워서 그렇습니다.^^
궂은날씨에도 저넘들을 알현하러 가셨군요~ 난, 올해도 틀렸슴다 ㅠㅠ
너무 일찍 갔어요.
겨울 산행을 했습니다.^^
올해도 빼 먹지 않고 가셨네요.
역시 동강할미꽃은 예쁩니다. 게다가 눈을 쓰고 있고...
노루귀가 아직 안 나와 아쉬웠겠습니다.
올해는 이걸로 만족하렵니다..
광릉 국립수목원에도 동강할미꽃이 있으니 그곳 개화소식을 수소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