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덧붙임
정철(카피라이터)은,
“우리는 안다. 외로움을 술로 달래면
다음 날 아침 괴로움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어둠이 깔리면 다시 술을 찾는다.
한 병. 두 병. 세 병. 알면서 왜 그럴까.
하나를 더 알기 때문이다.
외로움 견디는 것보다
괴로움 견디는 게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술이라는 것을.
(…)
술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해줬다.
그래, 우린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에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 취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철인이나 기인, 성인들은 대개 술을 좋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