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1] [동녘이야기](월) /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21#
✦권4 문부1 서(序) / 당시선(唐詩選) 서(序)
https://youtu.be/1hyOuOd92ZU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허경진이 풀이한 성소부부고를 펼치고 당시선(唐詩選) 서(序)를 읽습니다. 이미 한 차례 말씀을 드린 대로 풀이도 새롭지만 이해하기 힘든 대목마다 주석(註釋)을 자세하게 달아 이해의 폭을 넓혀 주고 있읍니다. 허경진의 다른 책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참으로 학자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당시선(唐詩選) 서(序)를 가지고 오겠읍니다.
당나라 삼백 년 동안에 시인의 숫자가 일천이 넘었으니, 시도(詩道)의 성함이 전후에 짝이 없었다. 그 작품들을 모아서 뽑아 놓은 책이 또한 수십 가(家)이다.
그 중에서 특히 줄여서 알맹이만 골라낸 선집이 양사홍(楊士弘)이 처음 펴낸 《당음(唐音)》이고, 상세하고 많이 뽑아 놓은 선집은 고병(高棅)의 《당시품휘(唐詩品彙)》이며 독자적인 지혜로서 마음을 써서 고투(古套)를 답습하지 않고, 스스로 운용(運用)하는 것을 높이 여긴 선집은 이반룡(李攀龍)의 《당시산(唐詩刪)》이다.
이 세 책이 나오자 천하의 당시를 뽑은 선집들은 모두 폐기되고, 행하지 못했으니 아! 훌륭하구나. 내가 일찍이 세 사람이 뽑은 선집을 가져다 읽어 보니 다소 이의(異議)가 없지 않았다.
양사홍(楊士弘)은 비록 가지런히 골라 놓은 듯 정(精)하기를 힘썼다지만 바른 소리값인 정음(正音)과 뒤에 남는 듯한 울림인 유향(遺響)을 걸러 골라 내놓은 듯 분변(糞便)함으로 자신만의 기준이 없는 듯 좁은 지름길로 곧바로 내닫지 못한다. 또한 크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듯 옹준하지만 옛날처럼 어리석고 둔한 음을 써 아는 자로 하여금 구슬을 빠뜨린 듯한 개탄을 가지게 하였다.
고병(高棅) 정례(廷禮)가 모은 것은 지극히 풍부하기는 하나 시대별로 사람을 늘어놓고, 작가별로 작품을 늘어놓아 곱고 추한 것으로 하여금 함께 나아가게 하고, 우아하고 속된 것을 모두 몰아 넣어서 식자(識者)들이 ‘고기 눈깔을 구슬과 섞어 놓았다’고 나무랐으니 그 말이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
우린(于鱗) 이반룡(李攀龍)이 가려 뽑은 데에 이르러서는 다만 거칠고 억센 듯 경한(勁悍)하고, 기묘하고 뛰어나 기걸(奇杰)한 것만을 택하여 자신의 마음에 닿으면 싣고, 닿지 않으면 크고 아름다운 보석 마냥 척벽(尺璧)과 한 치의 지름처럼 가까이 있는 경촌(徑寸)의 구슬을 던져 버리고도 아깝게 여기지 않았으니 영웅이 사람을 속인 것이라 전부 믿을 바는 못된다. 그 옛 선인이 남긴 시문인 유편(遺篇)과 고상한 정취인 일운(逸韻)이 여러 작품들 사이에 묻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탄복하여 몹시 칭찬하는 탄상을 받지 못한 것을 이 우린(于鱗)이 뽑아내어 윗자리에 올린 것은 확실히 말을 넘어선 독자적인 이해이니 세속적인 견해로는 헤아릴만한 것이 아닌 점이 있다.
내가 소리내어 읽어 보고 연구하기에 여러 해를 보냈는데 어슴프레 깨달아지는 바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 고(高)씨가 모은 것을 가져다 먼저 뒤섞여 어지러운 잡란(雜亂)한 것을 잘라내어 10의 5를 남기되 양(樣)씨의 것으로 참고하고 이(李)씨의 것으로 이어 전에 뽑아 놓은 것과 합하여 한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나서 여러 형체로 나누고 시대별로 사람을 배열하되 참으로 묘하면 비록 당나라 끝무렵인 만당(晩唐)의 것이라도 올려 실었고, 혹 병이 있고 속되면 또한 중국 고전 시간의 황금기인 성당(盛唐)의 것이라 하여도 남겨두지 않았다. 모두 60권에 2천 6백여 편이나 되니 당시(唐詩)를 뽑는 일은 여기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을 허균이 남긴 ‘당시선 서’를 읽고 또 읽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늘은 월요일이라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를 읽었읍니다.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면 '당시선(唐詩選) 서(序)'입니다.
3권의 당시 선집에서 추려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밝히고 있네요.
여기에서의 '서(序)'는 덧붙인 글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