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 자들이 이런 소리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런 혐오발언은 물론이고, 실제로 저런 짓을 저질러도 아무런 단죄도 받지 않고, 오히려 국가의 지원까지 받는 일들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이슈가 되었던 서북청년단은 이후 여러 단체들과 합쳐서 자유총연맹으로 살아남았고, 지금도 많은 국가지원을 받고, 재산도 많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학살행위는 나치 등의 인종청소에 준하는 수준이었지만, 아무도 그걸, 심지어 지금까지도 단죄하지 않습니다. 올해도 자유총연명은 국가로부터 많은 예산을 받아갈 겁니다. 법이 있거든요.
반면 국가는, “저들의 적”에 대해서는 잔혹했습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문제된 발언을 한 이유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요, 그가 그런 말을 했던 이유는 “또다시 한번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보도연맹 같은 사건이 또 벌어질 수 있고, 그러면 우리가 대상이 될 거다. 그러니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수십년전 사건을 하필 그때 끄집어냈는지 의문이실 수도 있는데, 강성 NL 사람들은 한반도 위험을 항상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제”가 호전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들은 당시 국제정세가, 곧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에 대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말이 나왔던 겁니다.
그들의 “정세판단”이 황당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전쟁나면 보도연맹 사건이 재현될 거라고 생각한 것은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도, 역사적 단죄를 받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석기는 그런 “연설”을 했다고 내란선동으로 중형을 받았고, 통합진보당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 사건이 사법농단 사건의 대상이었음이 밝혀진 이후에도 아무도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좌익”은 말만 해도 산산조각나지만, “우익”은 실제로 사람을 학살해도 세금 지원을 수십년간 받는 나라,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니 우익들이 저러는 건 당연합니다.
지금 저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어리둥절할 겁니다. 그런 비난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사실 이 문제는 문재인 정권에서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은 박근혜는 사면했지만, 이석기 등은 사면하지 않았죠. 사법농단의 대상사건 리스트 문건 상위에 그 사건이 올라있음에도 말입니다. 과거사 사건들도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습니다. 아니, 직전 정권에서 있었던 블랙리스트 등 사건들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는 법정에서 끝까지 잘못한 게 없다고 싸웠습니다. “추미애 장관” 이름이 적힌 서면에서 “이명박 원세훈은 잘못한 게 없다”라는 주장을 본 변호사가 접니다. 기분이 어땠을지는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정권이 바뀐다면 이런 문제들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형사 처벌이 안 된다면 역사적 단죄라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이 평등하다는 것을, 민주주의의 적들에게 관용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보복따위는 생각도 않습니다. 그저 법대로 처리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