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2.4조… 올 첫 兆단위 회복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 본격화
스마트폰 호조… 실적 상승 견인
삼성전자가 3분기(7∼9월) 2조4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연속 6000억 원대 영업이익에 그쳤던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처음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반도체 사업 부문은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4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11일 연결기준 3분기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7조 원과 2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2.7%, 영업이익은 77.9% 각각 감소했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1.7%, 258.2% 늘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추락을 거듭하던 삼성전자로서는 1, 2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반도체(DS) 부문의 경우 2분기(4조3600억 원 적자)보다 적자 폭을 5000억 원가량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3분기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7월로 앞당겨 출시한 ‘갤럭시 Z플립5·폴드5’가 글로벌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모바일경험·네트워크 부문이 3조 원대 중반의 이익을 낸 게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3개분기 연속 적자… “4분기 실적개선 기대”
D램 현물 가격 한달새 5% 올라
낸드플래시 감산 효과도 곧 반영
고금리 등 영향 수요회복 소식 감감
가격 바닥 찍었지만 반등 판단 일러
11일 삼성전자가 3분기(7∼9월)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직후 재계의 관심은 일제히 반도체(DS) 부문 성적에 쏠렸다. 2분기(4∼6월)에만 4조4600억 원의 적자를 낸 DS 부문이 얼마만큼 회복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흐름을 판가름할 수 있어서다.
잠정 실적 발표 때는 사업 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진 않는다.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부문별 전망치를 내왔다. 이를 종합해 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부문별 영업이익은 △반도체(DS) ―3조8000억 원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3조3000억 원 △디스플레이 1조9000억 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7000억 원 △전자장비(전장) 3000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 반도체, 처음으로 세 분기 연속 적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낸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10∼12월)와 2009년 1분기(1∼3월)에 이어 올해 1분기가 14년 만이었다. 반도체에서만 세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본 것은 분기 기준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1∼6월) 8조9400억 원 적자와 3분기 적자 전망치를 합치면 올 들어서만 누적 적자가 12조 원 후반대에 이른다. PC나 서버 등 글로벌 핵심 수요처들이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그나마 2분기 대비 5000억 원 이상 적자 폭을 줄였을 것으로 보는 것은 2분기에 본격화한 메모리반도체 감산의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우선 반도체 시장의 선행 지표로 대표되는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기가비트) 2666’의 현물 가격은 10일 기준 1.52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기록한 연중 최저가 1.448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여 사이에 5.0%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또 낸드플래시 제품군의 감산 폭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 떨어지는 낸드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낸드플래시 감산 효과는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은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반등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D램은 올해 4분기부터, 낸드는 내년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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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 찍었지만…확실한 반등 판단은 일러
반도체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수요 회복이 최우선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휴대전화,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전자제품의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 서버 등 구축에 필요한 기업 단위 소비 재개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는 신호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공급량 조절에 따른 가격 변화인지, 고객사들이 반도체 구매를 늘려가고 있는지는 4분기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계속된 부진 속에서 디스플레이 부문은 전 분기(7900억 원)보다 영업이익을 2배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아이폰15’와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5’ ‘Z폴드5’ 신제품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폴더플폰 연간 판매량은 10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MX의 신모델 출시 효과와 디스플레이의 선전 등이 당분간 반도체 보완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