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내는 풍속도가 많이도 변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각 가정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전통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통을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사실, 우리집도 전통적인 명절에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데
커다란 가족이란(큰집, 작은 집 등) 테두리에서 함께 명절풍속을 바꾼지 꽤 되었다
그리고 커다란 테두리를 벗어나 각각의 핵가족이 지내는 시간은 또다른 다양성을 형성 중이다
그동안엔 명절음식 흉내로 몇가지 요리를 해서 늦은 아침을 먹곤 했다
이번엔 큰딸과의 라운드날인 연휴첫 날, 길막힘을 염려해 새벽에 출발한 딸 부부를 위해
며칠 일찍 명절음식을 만들어 아점으로 함께 먹었다
정작 명절인 오늘
남편이
오늘도 브런치하는 곳 있을까 하고 묻는 걸 보니 뭔가 새롭게 보내고 싶은 맘이 있었나보다
멀리 가기엔 길막힘이 우려되어 가까운 곳의 브런치카페를 찾아 영업시간을 확인한다
카페엔 이미 많은 가족들이 브런치를 즐기는 중이다
명절이니 고기를 먹어야한다며 스테이크를 주문하는 남편
(요즘 너무자주 먹었는데)
브런치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동안 간간히 비어있던 테이블이 꽉차게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우리처럼 핵가족은 별로 없고 대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2대, 3대가 함께 모여 긴테이블을 차지하거나 테이블을 이어붙여 자리잡고 있다
이 시각이면 분명 전통적인 차례를 지내고 외출할 시간은 아니다
우리처럼 느지감치 일어나
부모, 자식부부(며느리거나 사위), 그리고 그 어린 자녀들이 함께 브런치를 즐기러 나왔을 시간이다
엄마(시어머니)도 며느리(딸)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함께 즐기러 나온 모습이다
새로운 명절풍속도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목격한 기분이다
명절 오후에 카페에 가족들이 함께 나온 모습은 많이 봤지만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건 나도 처음이어서 벌써 이런 문화가 한참 진행중이었나보다 하고 생각된다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동안 넓은 카페 안은 이미 사람으로 꽉 차 왁자지껄하다
아기가 울어도
다소 뛰어다녀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뒤쫓아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두 행복한 모습이라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시원한 물소리와 싱싱하게 자라는 관엽수들이 소음도 흡수 해버리는 느낌이 든다
우리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함께 공유하는 우리만의 비밀스런 웃음코드로 많이 웃었다
이제 우리가족도 명절엔 브런치를 즐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