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수수꽃다리/오일만 논설위원
출처 서울신문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16029009
동네 어귀, 봄바람에 실린 꽃향기가 코끝에 닿는다. 진원지를 찾아 발길 따라 가 보니 아담한 담장 너머 라일락 꽃이 정겹다. 바람결에 살랑대는 그 청초한 모습과 매혹적인 향기는 기억 저편에 잠자던 젊은 날의 추억 한 가닥을 끄집어내는 듯하다. 한참이나 향기에 취했다. ‘첫사랑’ 또는 ‘젊은 날의 추억’을 꽃말로 가진 라일락의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라고 한다. ‘수수꽃’과 ‘다리’가 합쳐진 것인데 수수 이삭처럼 꽃이 한데 뭉쳐 탐스럽게 핀 모습에서 유래했다.
해방 혼란기 미국의 한 식물채집가가 북한산 백운대에서 얻은 수수꽃다리 종자를 미국에 가져가 지금의 라일락으로 개량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이 꽃의 진가를 일찍 알아보고 공을 들였다면 세계 꽃시장에서 ‘수수꽃다리’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가만 생각하니 살가운 우리꽃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해를 바라보고 방향을 튼다고 해서 붙여진 ‘해바라기’는 영어식 ‘선플라워’보다 정감이 있다. 가을 바람에 살랑대는 ‘살사리’라는 이름의 꽃이 우리에게 익숙한 코스모스다. 우리의 정서와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이름이라 그런지 정겹다. 지금이라도 에델바이스를 솜다리꽃으로 부르고 아이리스를 붓꽃이란 우리말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oilman@seoul.co.kr
잊혀가는 정겨운 말
고드름 디딜방아
골무 땅강아지
공기놀이 땅따먹기
깔비 또뽑기
개암 똥구루마
꼬부랑할머니 리어카
꽃반지 말표사이다
냄비 때우는 사람 맷돌
놋그릇 멍석
누룽지 메주
눈깔사당 물장수
다듬이소리 발
달걀귀신 백구소주
달고나 백양
담뱃대 버들붕어
댓돌 버선
도깨비
번데기 장수 오솔길 허수아비
부엌데기 오줌싸게 화랑담배
부지갱이 우유가루배급 화로
비석치기 원두막 버스 차장
빨래터 장독대 꼬부랑길
삼태기 장터 굴렁쇠
새색시 절구 옛날 옛적에
소달구지 제기차기 갓날 갓적에
수박 서리 조롱박
숨박꼭질 족두리
신작로 지렁
싸리빗자루 짚신
아궁이 책보
아랫목 초가삼간
아리랑 추녀
앵두나무 우물가 키
양은그릇 툇마루
연탄불 폿또
엿장수 풀빵
출처 : 빛viit향기와 차茶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52~55
라일락이 수수꽃다리라니
아고 이제야 알아갑니다
수수꽃다리로 불리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 등 곳곳에는
우리나라 말이 사라지고 있으며
외래어들이 우리말 처럼 퍼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