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일요일 아침 10시 30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 가정은 완벽한 가정이었다.
아내는 일곱 살짜리 둘째 아이를 데리고 피아노 개인교사를 만나러 갔다
열다섯 살 먹은 큰아들 녀석은 아직까지 늦잠을 자는 중이었다.
다섯 살짜리 막내 아들은 다른 방에서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선 인간처럼 묘사된 작은 동물들이 서로를 절벽 아래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나는 부엌 식탁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마침내 만화영화의 대량학살 장면에 싫증도 나고 텔레비전 리모콘 작동에도 시들해진
다섯 살짜리 아론 말라치가 내 공간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나 배고파."
내가 물었다.
"시리얼 더 먹을래?"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다시 물었다.
"요구르트 줄까?"
"아니"
"계란 후라이 해 줘?"
"아니"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물었다.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돼?"
난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안 돼."
나는 아이스크림이 가공처리한 시리얼이나 항생물질이 들어 있는 계란보다 훨씬 영양가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 문화적인 가치 기준에 따르면 일요일 아침 10시 45분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잘못된 일이었다.
잠시 침묵. 4초가 지난 뒤 아이가 물었다.
"아빠, 우린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았지? 그렇지?"
내가 말했다.
"그럼, 아직 많이 남았지."
"나도, 아빠도, 엄마도?"
"그래"
"아이삭 형도?"
"응"
"또 벤 형도?"
"응. 너하고, 아빠하고, 엄마하고, 아이삭하고, 벤하고."
"맞아, 아직 한참이나 남았어. 사람들이 다 죽으려면."
아론은 식탁 위의 내 신문 한가운데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내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아론? 사람들이 다 죽다니?"
아론이 말했다.
"모두가 언젠가는 다 죽는다고 아빠가 그랬잖아. 모두 다 죽으면 공룡이 돌아올 거야.
원시인들이 공룡 동굴 속에 살았는데, 그때 공룡들이 와서 원시인들을 다 밟아 버렸어."
아론은 다섯 살밖에 안 됐지만 이미 삶을 시작과 끝이 있는 유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궤도의 종착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궤도가 언제 끝나 버릴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순간 나는 윤리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아이에게 신과 구원과 영원에 대해 설명해 줘야 할 것인가?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일장연설을 해 줘야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너의 육체는 하나의 껍질에 불과한 것이고,
네가 죽은 다음에도 우리 모두는 영적으로 영원히 함께 있을 거야."
아니면 아이를 불확실하고 걱정스런 상태 속에 그냥 내버려 둬야 할까?
그것이 어디까지나 사실이니까 말이다.
아이를 불안에 찬 실존주의자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더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 것인가?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궁지에 부닥친 게 확실했다. 나는 말없이 신문을 응시했다.
켈틱 팀은 금요일 밤 경기마다 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래리 버드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있는데, 누구한테 화를 내는 건지 아론의 발이 가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지만, 예민한 성격 탓인지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고 아론의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면 정말로 나의 지나친 예민함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만일 삶과 죽음이 하나의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든 내가 신경 쓸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식탁 위에서 아론은 두 팔을 들고 떨리는 다리로 균형을 잡으면서 '군인 흉내'를 내고 있었다.
래리 버드가 화를 내고 있는 상대는 케빈 맥케일이었다.
아니, 케빈 맥케일이 아니라 제리 시창이었다.
하지만 제리 시칭은 이제 켈틱 팀의 소속이 아니다. 제리 시칭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모든 것이 죽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언젠가는 끝난다
제리 시칭은 새크라멘토 팀이나 올란도 팀에서 활약하고 있든지, 아니면 영원히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아론이 어떻게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가에 대해 나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애가 확고한 세계관, 사물이 영속한다는 느낌을 갖기를 원했다.
그러고 보니 수녀님과 신부님들은 나를 이해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내가 믿기에 인생은 축복 아니면 고통이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는 장거리 전화조차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신의 팀에 소속되든지 아니면 펄펄 끓는 국물 속에 들어가야 한다.
난 아론이 뜨거운 가마솥 안에서 화상을 입는 걸 원치 않았으며,
그 애가 강한 믿음을 갖기를 원했다.
신경과민이나 불가피한 불안감 같은 건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였다.
그것이 가능할까? 신, 영혼, 운명, 또는 그 무엇인가가 한 개인의 현존에 상관없이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일이 가능할까?
존재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빵을 손상 없이 그대로 간직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먹는 일이 가능할까?
아니면 그 예민한 빵은 한 입 베어 무는 우리의 행위에 의해서 금방 조각나게 될까?
식탁이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 아론이 군인 흉내에도 싫증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을 이용해 나는 연극 무대에 선 사람처럼 목청을 가다듬고 전문가다운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론, 죽음이라는 건 몇몇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그때 아론이 말했다.
"아빠, 나랑 비디오 게임하면 안 돼? 폭력적인 게임이 절대 아냐."
아론은 손짓까지 동원해서 설명을 했다.
"마구 죽이는 다른 게임들하곤 달라. 그냥 때려서 쓰러뜨리기만 한다니까."
난 약간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좋다. 우리 비디오 게임 하자.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어요."
"뭔데?"
아론은 벌써 저만치 비디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다 말고 돌아서서 물었다.
내가 말했다.
"먼저 아이스크림 먹자."
그렇게 해서 우리는 또다시 완벽한 일요일 아침의, 완벽한 가정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이클 머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