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2001년 6월 14일부터 쓰기 시작했던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묵상 글,
2021년 3월 2일인 오늘까지 이 묵상 글을 계속 쓰고 있을 줄은 정말로 상상도 못 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기껏해야 3년, 조금 더 시간을 더하면 6년 정도 꾸준히 써도 대단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벌써 만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솔직히 처음에는 글 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글의 소재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재가 생기면 무조건 메모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곳저곳에 메모를 붙여놓고서 글을 쓸 때 사용하고 쓰레기통으로 메모를 찢어서 버립니다.
미리 써 놓은 글 역시 인터넷에 묵상 글로 올라간 뒤에는 파쇄하거나 역시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참고로 저는 묵상 글을 먼저 펜으로 종이에 적습니다).
이런 생활을 20년 동안 한 것입니다.
그렇게 끈기 있는 저도 아닌 데 오랜 시간을 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버리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썼던 글을 버리는 것,
내용을 사용한 뒤에 메모를 찢어서 버릴 때의 기분이 좋습니다.
기억을 통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줄어드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20년 동안 쓸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힘들다고 하는 것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버려야 가벼워질 수 있는데,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어렵고 힘든 삶의 무게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 역시 버리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모세의 후계자로서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 자리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즉, 자신의 권위로 말하는 것을 실행하고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이려고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일 뿐입니다.
윗자리, 높은 자리만 좋아하고, 인사받고 존경받기만을 원합니다.
모세의 자리는 하느님의 권위를 누리는 곳이 아닙니다.
그보다 하느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남들보다 윗자리에 오르려는 권위를 차마 놓을 수 없는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 권위는 하느님의 것인데도 놓지 못하고 있으니 주님께서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타락한 하느님 백성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권위는 모두 버리고, 자신을 깨끗하게 씻어 하느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권위는 우리 스스로가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높여주시는 것입니다.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모두가 무언가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마이클 조던).
제주 교구 순례지, 새미 은총의 동산
기도와 믿음
어느 스승과 제자의 대화입니다.
제자: 기도보다 소중한 게 있습니까?
스승: 네 옆에 있는 나무에서 가지 하나만 잘라 보아라. 나무가 살아 있느냐?
제자: 네. 멀쩡합니다.
스승: 이제 뿌리를 잘라보아라. 어떻게 되겠느냐?
제자: 그럼 나무가 죽습니다.
스승: 기도란 무릇 나뭇가지 같고, 믿음은 그 뿌리라 할 수 있다.
믿음은 기도 없이도 존재하지만, 믿음 없는 기도는 허상이다.
형식적인 기도가 믿음 없는 기도는 아닐까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 자신의 열심함만 보이려는 기도는 믿음이 전혀 없는 것으로
결국 말라 비틀어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시간 성당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분 말씀을 더 많이 듣는 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만이 주님의 뜻인 사랑을 실천합니다. 그분께 대한 굳은 믿음이 사랑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주 교구 순례지, 새미 은총의 동산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얼마전 부터 신부님의 묵상글을 읽으면서도 댓글 한번 달지 않았지만,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긴 시간동안 묵상글을 쓰셨다는 것이 놀랍고 고마워서
오늘은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만 할 것 같아 몇자 적습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글을 통해 저 자신을 돌아 보면서 주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시간들이 되겠습니다. 신부님! 영육간에 건강 하셔서 오랫동안 저를 변화 시켜줄
묵상글 계속 부탁 드립니다. 아멘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