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 주세요…
의정부교구 11기 ○○○ 베드로
애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나의 아내 ○○에게..
회사에 나와 앉아 있어도 약간의 시간이 날 때면 당신의 귀여운 미소가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우리가 함께 한지도 연애기간 3년까지 더하면 어언 20년이 되었네요. 그 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시킨 것 같아 참으로 미안하고 가슴 아픕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당신에게는 못나고 나쁜 남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 3 이라는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힘들게 살아온 당신에게 아버지나 오빠처럼 푸근한 가슴으로 당신을 감싸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막내로 자라다 보니....
큰 아이 가졌을 때, 임신 사실을 전해 듣고 정말로 기쁜 마음으로 활짝 웃어주지 못해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고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지 못했던 것 같고,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나의 놀란 표정과 희비가 교차하는 얼굴을 보며 무척이나 섭섭해 했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너무 부끄럽고, 우리 사랑하는 아들, ○○이에게도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둘째 아이 가졌을 때도 가정형편상 만삭의 몸으로 밤새워 일하고 부모님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당신에게 남편으로서 별로 해준 것이 없었습니다. 그 점을 더욱 서운해 했던 당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나 만나 고생하느라 남들은 한 번도 잘하지 않는 암 투병을 두 번씩이나 한 당신에게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자궁경부암에 이어 7년여가 지난 뒤 발병한 희귀암에 속하는 가슴샘암, 이 두 번의 선고가 나한테 조차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는데 당신에게는 어땠을지....
당신이 가고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과 사는 나의 모습을 떠올릴 땐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정말 엄두도 안나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너무도 외롭고 슬픈 장면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당신의 건강과 우리의 백년 해로를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두 번의 암수술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아준 당신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당신은 나에게는 하느님이 보내 주신 천사입니다. 당신에게 고생만 시키고, 서운함을 안겨 주고, 큰 병까지 안겨준 나에게 당신은 “살면서 너무너무 외롭고 힘들었는데, 당신을 만나 살면서 그 외로움이 모두 없어졌다.”라고 말해 주었지요. “아버지학교에서 얘기하는데 지금의 남편과 다시 결혼하겠다는 아내가 3% 밖에 안된다더라”라고 했을 때, 웃으며 “나는 다시 태어나도 꼭 당신하고 결혼 할게” 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나의 천사입니다.
지난 20년의 험난한 세월 같이 해주고,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들, 딸 낳고 잘 길러주며, 자식인 나보다 마음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 후덕한 마음으로 내 부모님께 잘 해드리는 당신은 분명 하늘이 보내신 나만의 천사입니다. 얼마 전엔 당신이 나서서 어머님 댁에 도배, 장판이며 주방씽크가 낡았다며 공사를 해드릴 때 내심 놀라기도 했고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었습니다. 내가 부모님께 열을 해드리고자 생각하면 당신은 항상 백, 이백을 해드리는 그런 며느리였습니다. 심지어는 형편이 어려운 내 누님, 형님한테 까지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줘서, 내 아내들의 엄마가 되어줘서, 내 부모님의 며느리가 되어줘서, 이 모든 것들을 감사드립니다.
건강관리 잘해서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 주세요. 지금도 당신이 건강하게 내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내 부모님께 기도하며 편지를 씁니다....
2011년 4월 2일
당신의 남편 ○○○ 베드로가..
존경하는 내 남편 ○○씨...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먼 길을 다니며 열심히 숙제하고 노력하는 당신이 참 멋져요. 당신을 남편으로 만나 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친구이고 연인같은 당신이 내 옆에 있어 지난 20년 외롭지 않고 행복했어요. 부족하고 모자라도, 땡깡을 피우고 못나게 굴어도, 힘들다고 원망해도 한결같이 이뻐해주고 용기주고 손잡아 준 당신은 하느님이 제게 보낸 천사입니다.
고마워요!~~
며칠 전 당신의 편지를 받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이렇게 진심을 담아서 사과해주니 내 맘의 앙금이 모두 사라지네요. 그리고 부끄러웠어요. 투정부린 것들이... 당신이나 나나 서툴러서 그런 걸... 더 이상 당신께 섭섭했던 이야기 꺼내지 않고 당신 맘 불편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는 거 있죠~(?)
15년 이상 냉담하고 성당을 다시 나가면서도 고백성사 볼 용기가 나지 않아 힘들었는데 당신의 편지를 받고 결심이 섰어요. 그래서 오늘 성사를 본 거랍니다. 15년 만에 받아 모시는 성체의 맛도 음~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어요. (제 표정 봤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날 하느님의 딸이 되게 이끌어 주고, 이렇게 예쁜 아이들의 엄마가 되게 해줘서, 그리고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아내가..
첫댓글 두분의 사랑과 행복이 느껴집니다. 아학을 통하여 더 뜨거운 사랑을 하실거란 생각이 들며 제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행복한 가정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