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7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말씀 묵상 (1요한 4,11-18) (이근상 신부)
11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12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4,11-12)
말씀을 읽다가 멈추었다. 가벼운 난독증 Dyslexia이 왔다. '사랑',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머무르시다' 등의 말들이 뒤엉켜서 가슴을 답답하게 조여왔다. 사랑, 사람이 없다. 머물다 등이 따로 따로 너무 강렬하여 말이 함께 의미를 이루지 못한채 다 흩어졌다.
낮에 친구의 부음을 들었다. 사랑은 텅 빈 채로 그 빈자리, 맥락없이 사람의 부재는 너무 진하고, 하느님의 머무심은 그래서 너무 가벼워 견딜수가 없다. 이렇게 뒤엉켰다.
어제는 또 벌써 몇 년 흘렀지만 아주 어린 영혼의 기일이었다. 남겨진 부모가 있다. 사랑은 매년 더 부풀어오르는데 사랑할 그가 없는 빈자리,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사랑이 떠날 수 없는 자리에 머물러 있다. 어제 이 거룩한 부모에게 보낸 문자를 꺼내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막 아침 미사를 마쳤어요. 주님께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셨다는 주제로 강론을 하였는데, 믿는다는 건 결국 맡기는 것이고, 맡기는 건 내 힘으로 해 볼 수 없을 때 맡기는 것이라 나누었습니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일텐데,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바로 그 가난 속에서 당신께 맡기고 당신을 바라보는 겸손하고 낮은 마음, 부서진 마음이 우리 인간의 참 사랑일 수 밖에 없다고 나누었어요. 내내 형제님과 자매님 기억하며 나누었어요. 그립겠지만 그 분 품에서 영원한 행복 안에 있을 ...를 맡기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을 때, 그게 우리의 믿음이고 그게 우리의 사랑같아요. 힘내세요. 다함없이 맡기는 마음에서 내 앞에 놓인 작은 사랑들을 해나가시며 살아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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