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분양권 거래 없어 담배라도 팔아야…"
한라 비발디 등 연말까지 1만2천가구 전매제한 해제
매도자 “자금부담은 아직”…매수자 “더 떨어진다” 팽팽
지난 6일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 2공구 내 한라 비발디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한라 비발디 현장에는 봄기운 완연한 5월의 햇살이 꽃샘 추위에 꽁꽁 얼었던 대지를 녹이고 있었다. 레미콘 차량들이 녹은 대지 위로 진흙탕 길을 내가며 쉴새 없이 오가는 사이 아파트 단지는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호수·골프장 조망권을 앞세워 최고 11.16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한라 비발디.
그러나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이날 주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분양 초기 최고 1억원까지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던 171.8㎡(51평형)의 경우 올해 들어 ‘반토막’인 5천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이마저 찾는 이들이 없어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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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렸음에도 인천 청라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매매가 끊긴채 개점 휴업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공인중개업소 ‘개점휴업’…“담배장사라도 할 판…”
청라지구 인근 청라 공인중개사사무소 황효섭 대표는 “매도자들은 몇 천만원이라도 웃돈을 받으려 하지만 매수자들은 분양가 이하 매물만 찾고 있어 전혀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간간히 매물정보·시세정보 확인 문의 전화는 오지만 매수·매도자의 가격 차이가 워낙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라 비발디(992가구)를 시작으로 한화 꿈에 그린(1172가구), 한일 베라체(257가구) 등 2천여가구가 5월에 전매제한이 해제되며 SK뷰(879가구), 한양수자인(566가구), 동양엔파트(820가구), 반도유보라1차(174가구) 등이 다음달에 본격적으로 전매제한에서 풀린다.
그러나 분양권 매매 전망을 그리 밝지 않다. 황 대표는 “5월부터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는 단지들이 이어지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분양권 전매는커녕 담배 장사라도 해야 임대료를 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GS자이와 중흥S클래스 등 분양가 상한제가 미적용된 1공구 지역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지만 지난해 5월 분양된 2·3공구지역 아파트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수준은 아니다”라며 “마치 청라지구 전체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라는 식의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더욱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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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일 분양권 전매제한이 해제된 인천 청라지구 내 한라 비발디 공사현장
◆매수·매도자, “일단 지켜보자”…관망세 유지
청라경제자유구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망 투자처로 꼽히며 실수요자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누렸지만 이젠 그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중도금 대출, 이자 후불제 등으로 당장 들어가는 자금이 없는 관계로 분양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청라지구 한양수자인 아파트 분양권을 3천만원에 매입한 박모(인천 논현동·38)씨는 “지난해 청라지구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샀는데 프리미엄이 떨어져 기분이 좋지 않다”며 “하지만 이자 후불제이고 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청라가 아직까지 매리트(장점)가 있다고 판단해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은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와 하반기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할 때 분양가 혹은 그 이하의 급매물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분양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나친 평가 절하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매수를 하려는 실수요자 또한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엇갈린 입장에 분양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주거 청약자, “웃돈은 상관없지만 입주는 글쎄”
청라지구 인기가 1년만에 사그라든 데는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요인도 있지만 청라경제자유구역 자체가 갖는 메리트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남광토건 ‘하우스토리’를 분양받았던 진성빈(인천 삼산2동·40) 씨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은 크게 상관없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약속했던 도시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입주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 씨의 경우 아파트 입주시점과 인근 학교 건설 계획 간의 상당한 시간 차이가 있어 자녀를 둔 입장에서 입주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 또 지하 편의시설 축소 설계와 외자유치 난항으로 인한 상업시설 개발 지연 등도 입주 결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진씨는 “지하철 7호선 연장 등 청약 당시 마치 되는 것처럼 홍보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사장 한복판에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그 집에 들어가겠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지난해 수도권 최고의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청라지구. 매수·매도자의 엇갈린 입장이 향후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