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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자산업이 한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품종보호에 적극성을 가지는 등 품종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민신문 자료사진 | | 유사·복제품 추방 정부 나서야
‘위기다’ ‘아니다’ 한국 종자산업의 현주소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평가는 상반된다. 업계 선두그룹을 인수한 다국적기업들이 육종인력을 큰 폭으로 줄이고 개발 품목도 감축하는 등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인 데서 ‘위기론’이 나왔다면, 국내 기업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개인육종이 활성화된 것이 ‘위기가 아니다’라는 논거다. 현재에 대한 평가는 이같이 상반되지만 앞으로 나갈 방향은 하나로 모아진다. 우리 종자산업이 한걸음 더 앞으로 내디딜 때가 됐다는 것이다.
◆품종권, 정부가 적극 보호해야
종자산업 발전에서 기본 요건이자 핵심 전제는 ‘품종보호’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품종보호는 품종을 개발한 사람의 권리를 보호해줌으로써 육종가가 수익을 창출해 다시 육종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품종보호가 정착되지 않으면 유사·복제품이 시중에 나돌고, 개발비가 들지 않은 이들 복제품은 소매상에 높은 마진을 보장해줌으로써 정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되고, 그 결과 품종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품종보호 수준에 대해 ‘품종 복제가 이처럼 문란한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라는 혹평이 나올 만큼 불만이 고조돼 있다. 복제는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였지만 품종보호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유사품종 논란이 문제로 대두된 사례가 몇차례 있었지만 정부가 법 규정을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얼마 전 유사품종 논란이 있었던 무 품종에 대해 국립종자원과 농림부가 상반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박효근 고추와육종 대표는 “연구에 투자하면 오히려 손해보는 지금의 풍토를, 연구·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풍토로 바꾸지 않는 한 미래는 없으며, 육종에서 꿈을 펼쳐보려는 후계인력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육종기술지원센터 등 운영 정상화 시급
지난해 농림부는 종자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중장기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개인육종가 등 중소규모 업체가 많은 국내 현실에서 내병성 검정 등 기술을 지원해줄 원예육종기술지원센터 발족이나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건립은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발족 1년이 지난 원예육종기술지원센터는 간판만 내건 채 개점휴업 상태이고, 세계 최고의 시설을 갖춘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는 자원만 보유한 채 특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업계는 이들 센터가 하루빨리 인력을 확충해 당초 계획대로 운영, 민간의 품종 육성을 측면 지원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유전자원의 특성 평가 등 자체 인력과 시설만으로 어려운 분야는 외부 기관에 의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육종인력 재배치를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민간업계가 후계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해 민간이 하지 않는 작물을 중심으로 연구인력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대해 열린 사고 필요
다국적기업이 국내 종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0%에 이른다. 이들 외국계 기업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우리 농민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품종을 육성해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들 회사를 국내 종자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이 국내 종자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다국적기업은 세계적인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어 해외시장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원활하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을 도입하는 데도 국내 업체보다 크게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이들 기업을 통해 해외 종자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종자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함으로써 유전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우수 품종 개발은 물론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서상기 신젠타종묘 이사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시장이 요구하는 유전자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정부도 그걸 찾아줄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면서 “외국계 기업에 대해 국수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이들 업체를 적극 활용해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알아보고, 수출 방향도 잡을 수 있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계 종자회사들이 거대기업화하는 추세에 맞춰 국내 업체도 국내외 종자회사의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갈 필요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선 기자 mysun@nongmin.com
[최종편집 : 2007/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