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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명절? 학교 비정규직은 서러워
무급 연휴에 봄방학까지 겹쳐, 근무일 보름도 안돼 월급 반토막…조리사 급식비도 떼일까 걱정
2015년 02월 17일 정봉화 기자 bong@idomin.com
진주 한 초등학교 급식조리사 김모(여·56) 씨는 이번 설 연휴가 반갑지 않다. 급식조리사 17년 경력인 김 씨의 이번 달 월급은 77만 5000여 원. 평소 월급의 절반 수준이다.
학교 비정규직인 김 씨의 월급은 학사일정에 따라 달라진다.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방학기간에는 월급이 없다. 월급제라고 하지만 사실상 일당제인 셈이다.
특히 2월은 날짜가 짧고 봄방학이 있어 학교 비정규직에게는 '보릿고개' 같은 달이다. 김 씨가 이번 달 일할 수 있는 날은 길어야 15일 정도. 도내 초등학교 대부분 지난 13일 졸업식을 하고 봄방학에 들어갔거나 오는 17일 졸업식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설 연휴까지 겹치면서 급여가 더 낮아졌다. 설 연휴(18~22일)와 동시에 봄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교마다 설을 '유급휴일'로 인정하지 않고 방학 일정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만약 16·17일 근무하고 18~20일을 유급휴일로 본다면 비정규직들은 일주일 만근에 대한 '주휴수당'(토·일)을 받을 수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식 당일에 급식하지 않으니 조리사들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경우도 있다. 방학을 앞두고 급식소 청소 등을 준비하려던 조리사들에게 이런 학교 측 통보는 서글프기만 하다.
김 씨는 "비정규직들은 임금이 적다 보니 하루라도 더 출근하고 싶은데, 학교 측은 비정규직들에게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애쓰는 것 같다"고 했다.
조리사들 사이에서는 '비정규직은 조상 모시는 차례상도 달라야 하냐?'라는 푸념이 나온다고 했다. 학교비정규직에게 명절상여금 20만 원이 전부다.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비정규직들은 방학 때 시급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무상급식 논란의 불똥까지 튈까 조리사들은 바짝 신경 쓰고 있다. 도교육청이 4월부터 급식비 유상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일선 학교에서 예산 부족을 내세워 조리사들에게도 급식비를 걷겠다는 움직임이 있어서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조리사에게 급식비를 받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는 조리사들 처지에서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씨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56) 씨는 "버스운전기사에게 버스비 내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정규직은 매달 13만 원씩 식대를 받고 하루 노동시간 8시간에 점심시간이 포함돼 있지만, 우리는 배식시간 틈틈이 5~10분 만에 대충 서서 끼니를 때우기 일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조리사들이 즐겁게 일해야 아이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급식비 일괄 공제 문제가 가시화되면 조리사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예전에는 지금처럼 기계가 좋았던 때도 아니고 양파 까는 것부터 식재료 준비를 일일이 손질하는 등 노동강도가 훨씬 심했어도 잘릴까 봐 말도 못하고 학교장 눈치만 봤다. 2~3년 전부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하면서 처우가 많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비정규직은 그림자처럼 취급되고 있다. 적은 월급에 급식비까지 떼일 처지에서 올해 설 연휴가 즐겁지만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