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정율성 사업 중단-흉상 철거’ 광주시 등에 권고
박민식 “이행 않을땐 법적 조치”
市 “35년 지속 韓中교류사업” 거부
국가보훈부가 11일 광주시에서 추진 중인 ‘정율성(사진)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보훈부는 광주시와 관련 기관에 시정권고 공문을 보내고, 향후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 법적 강제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보훈부 승격 후 지방자치단체 사무와 관련한 첫 시정권고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의 기념 사업과 시설물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훈부가 시정권고한 대상은 광주시가 연말까지 조성할 ‘정율성 역사공원’과 ‘정율성 전시관’ 외에 기존에 조성된 생가 표지석, 정율성로(도로명), 전남 화순군의 정율성 고향집 전시관, 화순군 소재 능주초등학교의 정율성 흉상·벽화 등이다. 박 장관은 “정율성 논란이 일어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해당 지자체에서 자율적 조치를 하지 않아 중앙정부 기관장으로 법적 조치에 나서는 것”이라며 “시정권고가 적절한 시점까지 이행 안 될 경우 곧바로 (법적 강제력이 있는) 시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했다.
광주시 등이 시정명령을 거부할 경우 보훈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취소·정지 등 법적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광주시 등이 시정명령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신청 등에 나설 경우 양측 간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지자체 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사항이 없다”며 수용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광주=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