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3시에 일어나
막 삽교천변을 향해 달리려는 순간
우리 집 인순이가 울부짖더니 목줄을 끊고
어디론지 줄행랑을 해버린다.
인순이는 본 카페에서 유명세를 탓기에
많은 분이 알겠지만 모르는 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순이의 이력을 간단히 적어본다.
2014년 5월에 공주에서 태어나
2014년 7월에 전원카페 충청방장이
우리집에 분양시킨 방년 2살의
꽃띠 숫처녀 견이다.
캄캄한 새벽에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으니 참 난감하다.
다 내탓이요.내탓이다.
사랑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인순이에게
그 동안 무관심으로 대응했으니
아마도 인내의 한계를 느껴
도전적 반항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 이거 큰일이다.
앞 동네 뒷동네 옆동네 수캐들이 바글거리는데
2년 동안 고이 간직해온 고귀한 순결을
혹시나 잃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이미 엎질러진 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개이기는 개 주인 없으리라.
너와 나는 이제 이별이다.
강아지 낳아 아비 수캐와 가정을 꾸리면
분가를 시킬테니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근데 한가지 걱정은
네 서방이 뼈대가 있는 견가인지
아니면 마구잡이 유기견인지
내 마음 심란스럽다.
호박 덩굴로 지붕 덮고
친환경적인 집으로
리모데링하여 천년만년
살고팠는데...
아, 이 배신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어쩌란 말이냐.
(난 요즘 눈물이 흔함)
이것이 배반의 사랑이던가?!
오! 하느님 공자님 부처님
그리고 마호메트님
굽어살피소서.
A-men.
-전원 일기 / 홑 샘-